Camera2017. 9. 1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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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가죽 케이스를 만드는 젊은 장인 Jnk.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진 활동의 결과물인 사진이 좋아서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생긴 사람도 있고,

단순한 기계적인 아름다움과 궁금증에서 시작해 사진을 접한 사람도 있다.

물론 당연히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진 활동의  모든 과정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이야 워낙 스마트폰을 안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후보정도 워낙 쉬워져서 원하는 결과물을 손쉽게 만들어 내는 것도 전문가의 영역을 벗어난 지 오래다.

예전에는 포토샵을 할 줄 알아야 다리를 늘리고 팔뚝을 갸름하게 하고 턱을 오똑하게, 눈을 크게 하는 일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맘에 드는 어플 하나만 찾으면 끝날 일이다.

 

반면 기계를 통해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첫 카메라를 어떤 경로든 간에 만지기 시작하면, 수만가지의 카메라에 관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수동카메라에서 훨씬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매력을 느낀다.

 

미켈란젤로가 디자인을 했을 것만 같은 유려한 선을 자랑하는 카메라 바디.

장전을 하면 긴장감을 돌게 만드는 방아쇠 처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레버.

그리고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쓰여 있어 함부로 만지면 큰일날 것 같은 복잡해 보이는 장치들.

바라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 같은 렌즈의 오묘한 코팅색. 

카메라 필름을 넣을 수 있는 몸체를 여는 비밀의 자물쇠는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 있다.

 

라이카, 니콘, 미놀타, 펜탁스, 야시카, 로모, 캐논, 후지, 콘탁스, 올림푸스, 리코, 롤라이, 마미야, 레티나 등등..

언뜻 떠오르는 수동카메라들..

어느 평일 오후 충무로 카메라 골목의 가게 앞에서 전시되어 있는 이녀석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작은 기계들의 아름다움에 취해 하루 종일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이 병과 같은 초기증상의 다음 단게는

내가 가진 이 카메라를 어떻게라도 좀 더 꾸며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핫슈에 초록색의 수평계를 달아보기도 하고..

셔터에 빨간 소프트 버튼을 달아보기도 한다. 왜그리 자주 없어지던지..

클래식한 노출계를 가진 라이카를 멍하니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좀 더 실용성과 간지를 고민하다가..

렌즈를 간지나게 하는 후드나 필터에 대해 공부를 좀 하기도 한다.

 

카메라 가방의 세계도 또 빠지게 되면 한도 끝도 없다. 

누가봐도 카메라 가방처럼 안 생긴 간지나는 가방을 찾아 근 일주일을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알게 된 사실은..

별로 이쁘지도 않은 가방들이 쓸데없이 비싸다는 사실..  내가 무슨 조류 탐사 사진가도 아니고.. 배낭이 왠말..

라이카의 빨간 딱지가 붙은.. 왠지 그렇게 이쁘지는 않지만 고급져 보이는 가방도 기웃거리다가..

스펀지 재질로 된 소프트 케이스를 사서 일반 가방 속에 넣어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무한 루프의 굴레에서 아티산 앤 아티스트를 만나고 해결을 보긴 했다.

 

넥스트랩이나 핸드스트랩의 세계에 탐닉하다 보면..  은근 가죽으로 된 제품들이 비싸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운이 좋다면 정품 케이스를 같이 구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맞춰서라도 내 헐벗은 카메라의 옷을 입혀주고 싶어지게 된다.

서울에서 실력있다는 가죽 공방들은 왠만한 곳은 다 가봤던 듯 하다.

홍대 놀이터 앞 맹가미에서 카메라 케이스를 맞춰보기도 하고..

역시 어느 홍대의 한 생활 가죽공예점에서 꽃무니가 새겨진...여성스러운 카메라 케이스를 받아들고 당황했던 적도 있다.

미안해 나의 CLE

 

그리고 알게 된 것이 Jnk다.

비싸다. 

하지만.. 카메라 가죽 케이스의 끝판왕이라고나 할까?

이 사장님이 처음 성북동에 가게를 힘들게 구하러 다니면서 썼던 블로그의 글을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

혼자 홈페이지부터 예약상담, 제작까지 맡아서 하느라 뭔가 진행은 느렸지만 

글과 사진 한 장 한 장의 포스팅에서 진정성을 느꼈던 것 같다.

동네도 근처라 찾아가기도 쉬워서 추운 겨울 최근길에 들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고..

신혼여행으로 이태리에 가서 가죽을 사오셨다는 에피소드도 듣게 되었다.

또래기도 했지만.. 유쾌한 성격의 사장님한테 왠지 믿음도 느껴졌던 것 같다

 

<2009년 어느 가을>

 

어쨌던.. 10년 정도 된 이야기다.

지금은 가죽 교본도 내시고, 직원분들도 늘어났고..

독일 라이카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한국의 카메라 가죽장인의 길을 한 걸음씩 내딛고 계신다.

중간중간 가죽 컬렉션으로 여러 전시회에도 작품을 꾸준히 내고 계시고..

성북동 같은 골목이지만 가계도 2층의 작은 반지하 가게에서 번듯한 1층으로 가게도 옮겨왔다.

 

jnk홈페이지

고급 브랜드

블로그

워낙 글도 잘 쓰셔서 한 번 빠지면.. 읽을 글이 산더미다.

 

 

오래 전에 맡겼던 가죽 케이스인데..

LX5에 옷을 입혀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

홈페이지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주문에서 제작까지 5~8 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주문한 걸 눈빠지게 기다리다가 까먹을 때 쯤이면 연락이 온다.

 

 

 

 

TC-1 가죽 케이스도 맞춘 적이 있는데 입양내보낼 때 같이 보냈다.

하프케이스, 혹은 속사케이스의 매력을 알게 되면 

당신의 지갑은 이미 탈탈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꼭 한 번 가죽 공예에 대한 영상을 만들러 드리겠노라 혼자 다짐하긴 했었는데

이미 누가 잘 만들어 놓으셨다 ㅋㅋㅋㅋㅋ

 

 

 

가죽의 색깔과 스티칭의 색깔까지 직접 고를 수 있는 그런 가게는 당시에 없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색의 변화까지 미리 예측해서 알려주는 사장님도 아직은 없는 듯 하다.

그만큼 가죽과 카메라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실력을 갖춘 분이라는 말이다.

 

 

사실 일상이 바빠 그 곳을 안 찾은지도 벌써 6년은 넘은 것 같은데..

문득 생각이 나서 글을 써 봤다.

간만에 블로그에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멋진 길을 걷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게 되면 언젠간 사람들이 알아주게 된다는 그 말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 분이라서 생각 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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