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 동경에 두고온 카메라
두번째 동경 여행. (2009.6)
2006년 그 당시 나는 짧은 이틀 내에 동경의 모든 것을 보리라 하는 굳센 결의를 가지고..
책자에 나오는 모든 곳을 대충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직성이 풀리듯 다녔던 기억이 난다.
여행의 초보였던 나는 미련하게도 캐리어를 끌고 우에노 공원을 한바퀴 다 돌았었다.
왜 어디 맡길 생각을 못했던지..
'처음'이란 그런게 아닐까? 설레고 마냥 기쁘고..
하지만 서툴고 실수하고.. 그래서 재밌고 ..
그래서 이번엔 배낭하나 가볍게 매고 떠났다^^
츠키지 수산 시장
금요일 밤에 출발하는 1박 3일 비행기는 새벽 5시 동틀무렵 나를 공항에 내려준다.
그 시간에 갈만한 곳은 사실 몇 군데 없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새벽엔 안가봤는데 이곳 츠키지와 비슷한 풍경일까?
출출할 때 길에서 줄서서 사먹는 라면 국물 맛은 그 어느 때보다 꽉차고 후련하다.
내가 배고프고 힘들 때 먹는 음식이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음식이 아닐까?
남들이 추천해준 맛집이 내게 안맞을 땐 아마도 내가 아침을 먹고 찾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영화 식객에서도 맛있는 라면 끓이는 비결은 배고플 때 먹는거라 하지 않았던가..
어느 때보다도 바쁜 손놀림들
아침 일곱시에도 초밥집이 붐비는 걸 보니..일본에 온 것이 조금씩 실감이 가기 시작한다.
참치 대뱃살이 혀끝에서 살살 녹는 그 기분....
그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미스터 초밥왕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아사쿠사
교복입은 학생들은 아마 다른 지방에서 수학여행 온 듯 여기저기 보인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경주로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 갔던게 생각난다.
관광지에 대한 기억보다는 장난치며 놀던 기억이 더 생생한게 수학여행이 아닐까?
포즈를 취하는 뒷모습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도쿄 지하철
동경의 지하철은 서울보다 작은 편이다. 복잡하기는 또 이를데가 없다.
비록 간판이 한글로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갈아타는데 불편함은 없긴 하지만,
수많은 지하철이 다 환승이 안된다는 사실이 날 절망케 한다.
어느 노선이던 쓸 수 있는 교통카드를 꼭 구해서 충전해서 다닐것을 말해주고 싶다.
시부야
동경의 좀 큰 지하철 역에서는 카레 덮밥이나 돈까스, 라면 등을 자판기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바쁜 직장인들의 방앗간.. 시부야
시부야 역 앞의 사방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한바탕 패션쇼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많은 여자들의 1/3은 이 백화점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간다.
똑같은 서양인도 한국에서 볼 때, 중국에 있을 때, 일본에서 볼 때 느낌이 좀 다르다.
우에노
교통사고 시비가 붙었다. 역시 목소리 큰놈이 이기는건 어딜가도 마찬가지.
우에노 공원
우에노를 찾은 기분이 감회가 새롭다.
이번엔 무식하게 캐리어를 끌고다니는 수고는 떨쳐냈다. 지하철역 보관함에 가뿐히 키핑~
신주쿠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라는 책을 봤다. 흐린날을 사랑하라고 하더라.
서울에선 비오면 귀찮아서 안나가게 되는데, 여행을 가면 어쩔 수 없이 돌아다니면서 찍는 사진..
나중에 결과물에 미소지어지는 날 보며 좀 더 부지런해지자 다짐해본다.
신주쿠 만큼 동경에 활기찬 곳이 있을까 싶다.
비오는 날은 세상이 더 쨍하게 찍힌다.
씨애틀즈 베스트에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려고 하는 여자를 보았다.
어떻게 아느냐 하면... 표정을 1분만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다
지유가오카
이번에는 기껏 한 다섯 군데 둘러본건가?
시간에 쫓겨 하나라도 더 보려고 서두르기 보다는, 시간은 흐르는 대로, 발길은 닿는대로, 마음은 가는 데로 그냥 내버려 둔다.
약간 외곽에 있는 이 곳 지유가오카
일본의 아기자기한 패션과 생활용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부자들이 사는 동네다.
야나카 보다 좀 더 볼거리가 있는, 그러면서도 한적한 분위기가 서울의 삼청동이나 북촌에 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여자들에겐 만족도 최고가 아닐까 한다.
지유가오카를 찾았다 하하하!! 드디어 찾았다. 뽀빠이 카메라~
아기자기하고 작은 규모의 카메라 샵에서 악세사리나 카메라를 판매도 하고, 사진도 인화하고 있었다.
카메라에 관심이 있어 온라인상에서 여기저기 가입해 돌아다니며 관심있게 찾아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내가 생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카메라를 오프라인 샵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웬만한 악세사리는 브랜드별로 꽤고 있어 특별히 더 구경할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을 만나면 기쁨에 들뜨고 눈을 빤짝거리며, 뭐 또 새로운게 없나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취미 사진가' 가 아닐까 한다.
이 청년은 사진때문에 온걸까 아가씨 때문에 온걸까..
크록스에서 신발에 끼울 수 있는 아이템을 600엔에 팔고 있다
여자가 처음으로 결혼 예복을 맞추는 날 만큼 설레이는 날이 또 있을까?
나는 저렇게 아무런 숫자도 디자인도 없는 시계를 보고 있노라면
'Simple' 이라는 표현 이면으로 인정없고 삭막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아무런 감정도 표정도 없는 빈 껍데기 같은 모습조차 멋지게 상품화해서 팔 수 있는 일본인들..
겉다르고 속다른 그들의 모습이 시계속에 투영되서 그런걸까? 워워..
담배피며 보드탄지 16년째이신 달인등장.
빵집에서 옆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수다를 떨던 대여섯 명의 일본 아가씨들..
일어날 때가 되니까 영수증에 맞추어 끝전까지 1/n 하는 그들다운 모습을 보았다.
원조 니뽄삘 헤어스타일 되겠습니다..
오오에도 온천
일본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온천..
유카타를 입고 괜히 어깨에 힘을 주고 야쿠자처럼 한번 걸어다녀 본다.
1박3일의 동경 마실.. 여전히 1억이 사는 그곳은 어딜가나 사람이 붐볐고, 독특한 복장의 애들은 길거리에 넘쳐났으며, 생김새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국과 다른 무언가가 동경엔 있었다.
친절한 가면 뒤에서 언뜻 불친절한 본모습을 보기도 했고, 요시노야 덮밥집에서 6명의 남자가 각각 밥먹으러 와서는 하나같이 핸드폰을 쳐다보며 뭔가에 몰두하며 밥을 먹는 외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모네와 고흐의 진품그림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어서 부러웠고..
달마시안을 데리고 다니는 턱수염을 가진 남자, 재즈가 좀 더 잘 어울리는 일본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도쿄에서는 다른 곳보다 맘에 드는 사진이 좀 더 남는 것 같다.
조금씩 도쿄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Minolta X-570 / PF rokkor 58mm 1.4
Minolta T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