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양반댁] 보리굴비와 간장게장 맛집 / 핀란드편 한정식
인사동에서 직장생활을 15년간 해 오면서 그동안 인근 종각역, 관철동, 인사동 부근 맛집들을 포스팅해 오고 있는데요
최근에 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좀 새로 생겼다 해서 가보고 포스팅한 집들은 짧으면 몇 개월, 길어야 1~2년을 못 버티고 간판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더라구요
뭐 어차피 제 돈 주고 사 먹은 집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힘들게 사진 찍고 포스팅한 집들이 없어지니.. 뭔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포스팅을 수정하면서 이 가게는 몇월 몇 일부로 영업을 종료하였다고 쓰기도 좀 맘이 그렇더라구요.
그만큼 자영업이 힘든 일인가 좀 무서운 생각도 들고.. 아무튼 앞으로는 좀 오래되서 검증된 집들만 포스팅 해볼까 합니다.
인사동의 오래된 맛집 양반댁입니다. 인사동 송년회 맛집으로도 유명한 집이죠.
최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에서 한정식집으로도 나왔었구요.
인사동에서 40년째 터줏대감으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게는 한옥 스타일로 리모델링한 외관입니다.
양반댁 / 02-733-5507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9-18
영업시간 : 매일 11:30 ~ 22:00
양반댁의 주메뉴는 보리굴비와 간장게장이죠.
오늘은 보리굴비 정식을 점심으로 먹으러 왔어요.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말린 게 굴비죠.
보리굴비는 굴비를 바닷바람에 자연 건조한 다음, 통 보리쌀이 들은 항아리 속에 켜켜이 쌓아놓고, 서늘하게 서너 달 동안 숙성시킨 굴비입니다.
보리의 겉겨가 굴비의 기름을 잡아주기 때문에 오래 보관도 할 수 있고 맛도 더 좋아진다고 해요.
보리굴비가 일반 굴비 정식보다 훨씬 비싸요
굴비 하면 영광의 천일염과 법성포의 해풍에 말린 굴비가 가장 유명합니다.
조기는 참조기, 수조기, 부세, 보구치 등으로 나뉘는데 가장 비싼 참조기로 영광굴비를 만듭니다.
참조기보다 살짝 크기가 큰 양식으로 키운 부세가 좀 저렴합니다. 조기의 사촌 정도 됩니다.
이 집은 어느 조기인지는 살짝 궁금하네요.
그 외에도 가격대별로 다양한 상차림이 있습니다. 가장 비싼 건 7만원 짜리 수라상 (빌푸가 먹었던 메뉴가 수라상이죠)
여러 가지 밑반찬들과 먹음직하게 생긴 보리굴비 두 마리가 나왔습니다.
깔끔한 한식집이라는 느낌이 느껴지는 반찬들이더라구요. 삼색전 색 이쁘지 않나요?
가지무침, 시금치, 잡채, 동치미, 김치, 오징어젓
아직 다 나온 게 아닙니다 ㅋㅋ
보리굴비를 사실 제 돈 주고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간장게장도 먹고 싶긴 했는데 그건 다음 월급날 오는 거로.
굴비 하면 사실 자린고비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한국판 스쿠루지 이야기인데.. 스크루지는 1842년 발표된 찰스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의 주인공이죠.
자린고비 이야기는 1600년대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니 한국이 훨씬 먼저네요
너무 지독한 구두쇠라서 식사 때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는 밥 한술 떠먹을 때 굴비 한번 쳐다보면서 '어이 짜다' 했다죠
절인 굴비에서 자린고비가 나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버섯 잡채가 나왔습니다.
외국인들이 참 좋아하는 한국 음식 중에 잡채와 불고기가 빠지질 않더라구요.
불고기야 그렇다 쳐도 잡채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좀 궁금하긴 합니다.
사장님이 직접 뼈를 발라주신 보리굴비입니다.
속까지 마치 간장에 절인 것 같은 짙은 갈색 보이시죠?
계란찜까지 모든 반찬이 다 나왔습니다.
반찬이 하나씩 추가되느라 풀샷이 좀 늦었습니다.
보리굴비는 바닷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짭짤한 맛이 느껴지더라구요.
비린 맛은 없고 꼬들꼬들하니 밥에 얹어 먹으면 딱 좋습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좋은 한정식집 인사동 양반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