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쫀드기, 초원사진관의 크리스마스
군산의 모든 관광지는 사실 역사를 조금 알고 나면 더 의미가 깊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뜻깊었던 군산 여행기를 한 번 써 봤습니다.
생각보다 남쪽이고 전라북도인걸 안 가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전라 북도의 가장 큰 항구도시 군산은 일제시대에 쌀을 수탈해 가기 위해 일본이 항구도시를 강제로 발전시키게 된 곳입니다.
일본 유지들이 예전에 모여 살았던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인 적산가옥은 타짜, 바람의 파이터, 장군의 아들을 비롯한 많은 영화들의 촬영지로도 사랑받았죠. 그 중 히로쓰가옥이 가장 유명합니다.
일본식 절인 동국사와 조선은행 건물, 군산세관과 근대역사박물 등 일제시대가 남긴 문화들이 도심 곳곳 묻어 있는 이색적인 도시 군산.
군산시간여행이라는 과거를 주제로한 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지만 사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근대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경암동 철길마을 입니다.
도심속에 이런 철길이 아기자기하게 왜 놓여져 있지? 라는 생각이 우선 떠오르게 하는 곳이죠.
일단 경암동 철길마을 주차는 맞은편 이마트에 무조건 주차하면 됩니다. 뒷쪽에 좁은 골목이 있긴 하지만 마땅치 않습니다.
좀 오전에 일찍 찾는다면 마치 사람이 없는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을 방콕의 위험한 마을인 메끌롱 철길시장을 알기 전인 2000년대 초반 부터 가보고 싶긴 했습니다.
활동하던 사진 사이트에서 종종 올라오던 출사지였었거든요.
경암동은 1944년에 생긴 신문을 위한 종이를 만들던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2.5km의 철로 주변에 생긴 마을 이름입니다.
전체 길이에서 마을을 지나는 구간은 1.1km정도입니다. '페이퍼 코리아선' 혹은 '경암선'이라고 부릅니다.
해방 이후 철로 주변으로 판자집을 지어 살다가 70~80년대 지금과 같은 마을이 주위에 생겼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왜 그리 철로와 가깝게 따닥따닥 집을 지었을지 궁금합니다. 엄청 시끄러웠을 텐데..
1944년 4월 4일 개통된 철도는 마지막까지 일주일에 두세 차례정도 운행되다가 2008년 7월 1일 운행이 중단되게 됩니다.
지금은 철로 주위로 옛 추억을 떠올리는 기념품과 교복사진을 찍는 업체들로 가들한 관광지가 되었죠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나이대의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추석 연휴에 친구들과 콩알탄을 들고 아파트 단지에서 우르르 때를 지어 다니며 던지고 놀던 생각이 나네요.
던지면 따다닥 하면서 터지는데 얼마나 밤에 시끄러웠을지 이제서야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쫀드기나 별뽀빠이 같은 불량식품은 지금도 어디서 생산을 하고 있으니 이렇게 팔리고 있겠죠?
쫀디기 하나 입에 넣고 있으면 정말 세상 행복한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요즘에 에어프라이어에 쫀드기랑 홈런볼 돌려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는데 맛이 궁금해서 살뻔.
밀크 카라멜. 그리고 말그대로 눈깔 사탕이라고 불리던 농구공 모양의 사탕
일본꺼라 뭐라 하긴 그렇지만 카라멜은 모리나가가 맛있긴 합니다.
아폴로도 엄청 빨아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월드컵 어포.. 저건도 거의 입에 달고 살았죠.
이건 여자 아이들이 주로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
슈퍼태권V 딱지..
밑에 보시면 옛날 팽이도 팔고 있습니다. 그 초록색 선의 거칠한 촉감이 아직 손이 기억하는데 말이죠.
저 빨대로 부는 본드 풍선은 당시에 환각의 영향이 있어서 문제가 좀 있었는데 말이죠.
와 보석 반지사탕과 호루라기 사탕 ..
진짜 저런건 어디서지금도 만들고 있는지 그 공장이 더 궁금합니다.
동그랗게 생긴 화약을 넣고 빵빵 터지던 권총
꽝없는 뽑기.
철길따라 예전의 교복을 대여해서 스냅촬영을 해주는 가게들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교복만 빌려서 셀프로 사진을 찍거나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죠.
여고시절을 추억하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삼삼오오 와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교복 대여에 스냅사진 촬영이 7천원이면 별로 비싼 것도 아니죠?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예전 교복을 빌리는 사람이 꼭 나이가 많은 분들은 아닙니다.
어린 학생들도 귀엽게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군산의 또다른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초원사진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왔던 배경이 되는 곳이죠. 한석규와 심은하씨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세트 촬영을 배제하기로 해서 실제로 운영하던 카페를 개조해서 사진관을 만들어 촬영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초원 사진관이란 이름은 한석규씨가 직접 지은 이름인데 어렸을 적 동네에 있던 사진관 이름이라고 하죠.
지금은 무료로 개방되어 시민들이 들어와 볼 수 있도록 열어놨습니다.
그럼 군산에 오시는 분들은 한 번씩 들러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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