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숨은 맛집] 어마어마한 솥밥 공장, 광교 숯불갈비
인사동에서 점심으로 매일 뭘 먹을지 15년째 고민중인 직장인입니다.
뭐 같은 메뉴도 하루 이틀이지 2주에 한번 같은 메뉴를 먹어도 질리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또 경제 사정도 고려하다 보면 마냥 비싼 점심만 매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래서 제 취미가 안 들어가 본 집 새로 뚫어보기입니다. 정말 여긴 외관상 들어가 보지 않아도 될 법한 집들까지
매일 점심 돌아다녀 보면서 직접 먹어보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게 직장생활 15년을 끌고 간 한 원동력이랄까요
오늘은 인사동 저 한 골목.. 그것도 그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찰솥밥이 맛있는 고깃집인 광교 숯불갈비를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고기로 유명한 집인데 아직 저녁에 고기를 먹어보진 못했고 점심으로 우연히 들어가 봤다가
완전 감동하고 주위 팀원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한 곳입니다.
광교집으로도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광교 숯불갈비입니다.
삼숙이라면 골목에서 안쪽으로 살짝 숨어있는 곳에 있습니다.
외부에 찰솥밥이라고 쓰여 있길래 무심코 한 번 들어가 볼까? 하고 도전했던 곳입니다.
네이버 주소로는 광교집을 치시면 됩니다.
광교숯불갈비 / 02-733-9104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3길 17-9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정말 골목 안쪽에 있다 보니 사람이 별로 없어서 놀랐습니다.
누가 봐도 고깃집의 비주얼을 하고 있더라구요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어마어마한 기계가 보입니다. 처음에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보통 돌솥밥이 나오는 김치찌갯집이나 백반집을 가면 돌이나 나무로 된 뚜껑에 솥밥이 나와서
밥은 공기밥에 덜어 먹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누룽지와 숭늉을 만들어 놓고 나중에 먹지 않습니까?
여기는 찰솥밥이라고 무심코 간판에 쓸 그런 수준이 아니더라구요
뭔가 공장을 연상케 할 만큼 10개씩 세줄, 총 30인분을 한방에 서빙할 수 있는 압력밥솥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정면에서 본 모습. 뭔가 전자식 계기판으로 일사분란하게 밥이 얹혀진 모습은
주인장이신 연세 지긋하신 시골 할머니가 여기서 기계를 누르며 오퍼레이팅을 하고 계시리라는 상상은
감히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첫인상이었습니다.
메인 메뉴는 돼지 왕갈비와 소 왕갈비입니다. 가격이 딱 두 배 차이가 나네요
통삼겹과, 등심, 이동갈비, 닭갈비, 막창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저녁에 회식으로 오기 딱 맞은 곳입니다.
점심 식사류로는 제육볶음, 뚝배기 곰탕, 옛날 육개장, 김치전골, 황태국, 우렁된장찌개가 있습니다.
요즘 종로에서 어디 가도 6천원 짜리 점심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요
전날 술을 드신 분들은 황태국으로 해장할 만한 곳 한 곳 더 추가합니다.
다음에 제육볶음 먹으러 한 번 와야겠어요.
콩나물 무침, 두부, 김치, 무채 등 몇 가지 밑반찬이 깔리고 나서 조금 후에 우렁된장찌개와 찰솥밥이 나왔습니다.
무슨 메뉴를 시켜도 찰솥밥은 기본으로 나옵니다.
6천 원에 이렇게 점심을 집밥같이 훌륭하게 할 수 있는 곳 인사동에 정말 찾기 힘들어요
밥은 덜고 뜨거운 물을 부어 놓습니다.
이때 노하우가 있다면 밥을 바닥까지 싹싹 긁지 말고 조금 깔아주면 나중에 누룽지가 구수하게 생깁니다.
간혹 마시는 찬물을 붓는 분들도 계신대 뜨거운 물인지 꼭 확인하세요
황태국도 뭔가 버섯과 황태살과 무가 가득한 한 그릇이 나왔습니다.
어제 마신 술이 보기만 해도 다 풀리는 듯한 느낌이네요
백종원의 우렁된장찌개 부럽지 않은 정말 시원한 된장의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우렁은 사실 강된장으로 쌈에 먹어야 진짠데 된장찌개에 들어가도 참 맛있습니다.
우렁하니까 갑자기 우렁각시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한 농부가 우렁이를 가져다가 항아리에 넣어두었더니
나중에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밥이 차려져 있어서 몰래 들어와 봤더니 한 아가씨가 밥을 해주고 있었다고 하죠.
그래서 결혼을 했는데 나중에 고을의 사또가(춘향전 비슷..) 색시가 이쁘다는 소식을 듣고 빼앗으려고 하자
우렁각시의 아버지, 농부의 장인어른인 용왕의 도움을 받아 내기에서 이겼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우렁각시 생각이 났네요 ㅋㅋㅋ
다음에 인사동 오시면 광교 숯불갈비에서 솥밥에 우렁된장찌개 한 번 먹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