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 나를 띄우다_ 산토리니
▶Episode 4 of 14◀
어느덧 배가 산토리니로 들어섰다.
붉은 태양은 한없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하늘과 바다는 갈수록 푸르름을 엷게 덧칠하다 못해
바다와 공기, 그리고 내마음까지 새파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크루즈의 기항지 일정이 그렇듯이 아침에 육지에 도착해서는
오후 대여섯시까지의 짧고 아쉬운 추억만을 허락한다.
그리곤 또다른 보물섬을 향해 떠난다.
그래서인지 기항지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억을 담고자
내릴 때 서둘러 내리고 최대한 늦게 타려는 모습들이 은근 치열하게 보인다.
항구의 수심이 얕을 경우에는 항구에 직접 대지 못하고 작은 배로 육지까지 이동하게 되는데, 일찍 나가려면 좀 부지런히 줄을 서야된다.
'피아니스트' 라는 영화가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배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 번도 육지를 밟아보지 않은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를 그린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인데 그 중 한 장면이 생각났다. 매번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할 때마다 그곳에 처음 도착한 사람들 중에 꼭 한명은 자유의 여신상을 제일 먼저 발견하고는 "아메리카" 라고 고함을 지른다는 장면..
이 한장의 사진을 보면 그게 바로 나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산토리니를 멀리서 두근거리며 지켜본다.
작은 배를 갈아타고 드디어 기대하던 육지로 내딪는다.
뜨거운 햇살이 선수에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오.. 마이.. 산토리니..
산토리니는 절벽위에 마을이 위치산토리니는 절벽위에 마을이 위치하고 있어서
당나귀 똥 냄새가 진동하는 계단을 힘들게 걸어올라가든지 (최악_꽤 멀다)
그래도 이곳의 명물인 당나귀 등에 올라 뒤뚱거리며 올라가든지 (이것도 냄새나서 비추)
줄은 좀 서도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고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니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을 법한 고양이가 시크하게 포즈를 잡아줬다.
고양이는 시크한게 맛인데.. 길들어도 너~무 길들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곳에 있는 마을은 피라마을.
저 아래로 크루즈와 육지를 오가는 배들이 보인다.
아무튼 오후 네시까지의 짧지만 꿈에 그리던 산토리니로 드디어 왔다.
뭐랄까..
약간은 상업화된 분위기가 하얀 동화속의 집들을 생각하던 내 기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마을이었다.
그래서 피라마을을 뒤로 하고 미련없이 이아 마을로 달렸다.
국제 운전면허증을 들고가면 사륜구동 차를 타고 갈 수 있는데 .. 재밌던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그곳에 렌트중인 사륜구동 차들이 다 한국제란다.
일명 강촌이나 양평에서 눈에 익던 사발이.. 외국에선 뭐가 됐든 한국산이면 반갑다.
산토리니 파노라마.
오른쪽 끝 마을이 케이블카가 연결된 피라마을이고
제일 왼쪽 섬 끝의 하얀 집들이 모여있는 곳이 이아마을 이다.
버스들이 다니는 절벽을 내려다 보는 이차선 도로를
헬멧 하나 쓰고 25분 정도 신나게 달려..
드디어 이아 (oia) 마을에 도착했다.
포카리스웨트 CF에서 많이 보던 장면..
마을 곳곳이 동화속의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바닥의 자갈 하나마저 마냥 이뻐 보였다
자갈 골목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해안쪽으로 또 골목들이 중간중간 나 있어,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천천히 햇살을 즐기며 다니다가, 바다로 나 있는 골목으로 나가볼 때마다 나오던 외마디 탄성들..
직접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도 시간이 멈춘듯한 공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곳이 아닐까 한다.
푸른 지중해에 당장이라도 풍덩 뛰어들고 싶은..
아..안정된 폼 좋다. 수줍어서 저런 다리를 한건 아니다..
풍경만 찍으면 심심하니까 사람이 한명 있으면 좀 더 의미있는 사진이 된다.
[여행 사진의 간단 Tip]
1.황금비율
찾아보면 잘 나오겠지만 사람을 사진 한 가운데 두지 말고 1/3 지점에
2. 시퍼렇게 파란 하늘을 더 강조하고 싶다면..
피사체를 태양을 바로 등지고 찍지 말고 90'의 위치에 두고 찍기
PL,CPL 필터활용
필름카메라일 경우엔 비싼 슬라이드 필름 사용
삼각대는 간편한 여행에서 짐일 수 있지만
주위에 찍어줄 사람이 없을 경우엔 이렇게 한명만 주구장창 나올 수도 있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느끼지만 북미나 유럽의 햇살은 때깔이 다르다고나 할까..
서울에서 아무리 날씨 좋은날 찍은 사진하고 비교해봐도.. 그 빛 자체의 느낌이 좀 다르다..
참 표현할 빵뻡이 없네..
통영 동피랑에서도 이곳 만큼의 색감이 살지 않더라.. 바다색이 다르니..
드디어 사진 찍어줄 사람 발견
우연히 한 골목에선 하얀 색과 파란 페인트로 벽을 덧칠하던 남자가 보였다.
완성된 수채화 보다는 댓생하는 과정 부터 몰래 엿보게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칠한다고 한다.
골목을 다니다가 한 화방에 들어갔다.
이탈이아 부터 시작된 그림 사모으기 신공을 또 발휘했다.
벽에 걸만한 나무에 그린 그림 두 점 구입 (30유로~50유로)
주위에 여행 많이 다닌 친구들 중에 아무 생각없이 갔다가 몇 박 더 연장하게 된 곳이 몇군데 있는데
오스트리아의 할슈탈트, 그리스의 산토리니가 그 안에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꼭 읽어보고 그리스에 오길 바란다.
아마 그 기대와 감동이 몇 배는 커지지 않을까.
그 만큼의 기대를 실망 시키지 않는 곳
안정된 자세로 졸고 있는 강아지 만큼 안정된 자세로 사진 찍는 내모습
누가 그랬던가. 사진의 완성은 사진이 아니라 찍는 사람의 퍼포먼스에 있다고..
오후 세시쯤.. 다시 배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이아 마을에 올 때는 절벽 가로 천천히 떨면서 사륜구동을 몰았었는데
시간에 쫒기니 속도 풀로 땡겨서 돌아왔다. 20분 소요
진심으로 한 삼일 정도 머물고 싶었다.
석양의 아름다움에 젖어 와인도 마셔보고 별을 헤아리며 그리스 음악을 듣고 싶기도 했다.
그걸 다 못해서 아쉬운게 여행이 아닐까 한다. 담에 꼭 다시 오고 싶은 곳 리스트에 추가!
배를 타고 근처 미코노스 섬으로 출발
몇 시간 뒤면 미코노스에서 저녁을 맞게 된다. 어떤 섬일지 또 궁금!!
Minolta TC-1 / kodak E100vs
Minolta X-570 / MC Rokkor-PF 58mm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