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ise2011. 11. 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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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 나를 띄우다_튀니지

▶Episode 11 of 14◀

 

이탈리아를 출발해 프랑스 스페인을 지나 북 아프리카의 튀니지(Tunisia)로 향하고 있는 지중해 크루즈 MSC 스플랜디다 호.

 

 

크루즈에서의 항해 시간 최고의 킬링타임 팁 을 소개하자면,

흔히 지중해 코발트색 이라고 부르는 쪽빛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없이 따가운 햇살이 바다에 비쳐 들어오는 식당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쿠키나 파삭한 감자튀김을 곁들인 따뜻한 커피한잔과 함께 두런두런 수다를 떨어도 좋다.

귀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꽂고 책을 보며 꾸벅꾸벅 졸아도 좋다.

굳이 갑판에 수영복을 입고 나가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댄스강좌를 가서 땀을빼는게 싫다면 말이다.

 

 

서양 사람들이나 중국사람들은 모이면 주로 포커나 마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지중해의 기운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지중해라고 뭐 연중 지중해성 기후에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한 번 흐리기 시작하면 을씨년스럽고 구름만 낀 런던스러운 지중해의 11월을 볼 수 있다.

영국사람들 처럼 해가 바짝 날 때면 이때다 밖에 나와 즐기는 게 좋다.

 

 

하늘을 바라 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게 있다.

어디서나 하늘은 똑같다고 하지만.. 언제 다시올지 모르는 지중해에서 보는 하늘인데..똑같을 수 있나? ㅎㅎ

 

 

파도를 부드럽게 가르며 아프리카 대륙을 향해 나아간다.

 

 

튀니지 도착

드디어 미지의 아프리카 대륙 튀니지에 도착했다.

리비아와 알제리 사이에 있는 북아프리카 최북단에 위치한 작은 나라.

인구의 98%가 수니파 이슬교도인.

로마, 프랑스, 아프리카와 아랍의 문화가 혼재된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교역 거점으로 이주하여 살면서 시작된 곳으로 기원 814년 카르타고 가 건국되어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다.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활약으로 로마를 멸망직전까지 몰고갔으나, 포에니 전쟁에서 패하면서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BC.146)

로마인 이야기 한니발 장군편을 보면 알프스 산을 넘어 로마인들을 놀라게 했던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 카르타고가 바로 이곳 튀니지..

7세기경 부터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 현대의 이슬람 문화를 띄게 되었고, 근대에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1957년 튀니지 공화국으로 독립을 달성했다. 

1987년부터 2011년 초까지 24년의 독재를 하던 벤 알리는, 재밌게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의 힘을 받은 자스민 혁명으로 인해 쫓겨나게 되었다. 2010년 11월 이곳에 도착한 당시에도 거리에 벤 알리의 사진이 붙어있었으니, 불과 두달만에 쫓겨날 운명이라는 상황이라는게 돌이켜보면 짜릿하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Tunis)

인구는 210만명 정도. 공식 언어로 아랍를 쓰고 있기 때문에 콜라캔도 아랍어로 쓰여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서구화되어, 지금은 북아프리카 제일의 서구화된 도시이기도 하다.

 

카르타고 유적지 (Site of Carthage Archaeological)

튀니스에서 30여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카르타고는 BC 9C경에 지금의 튀니지 만에 페니키아 인에 의해 건설되었던 식민도시다.

BC 6C경에는 지중해의 무역왕국으로 빛나는 문명을 건설하였으나, 그 후 로마와 지중해 해상 패권을 다투다가 BC146년 로마에게 점령당하여, 그 이후 처참히 문명이 파괴되어 지금은 국립박물관에서조차 자료를 많이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이곳은 토페트(tophet)광장 이라는 곳으로 고대 페니키아의 신 바알과 타니트를 모시던 성역이다.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는 잔혹한 종교의식이 있던 곳으로 저 수많은 돌비석들에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세인트 루이스 성당 (Saint-Louis Charheral)

 

 

 

 바르샤 언덕위에 있는 이슬람 건축양식 같이 생긴 이 성당은 프랑스 국왕인 루이9세를 기리기 위해 건축되었다.

1270년 십자군 원정때 참여하였다가 사망한 루이9세는 프랑스 군주중에 유일하게 성인으로 추대된 인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역사를 나타내는 건물이다.

 

 

페니키아 항구쪽에는 카르타고 및 로마시대의 유적인 공중목욕탕, 극장, 국립박물관과 대통령궁도 이곳에 있다.

잘 나가던 시대의 카르타고는 지금으로 따지면 뉴욕이 있는 맨하탄 같은 곳이었다고 한다.

좁은 땅에 비해 이곳에 살고 싶은 인구도 많아져서 최초로 3,4층 높이의 아파트 건물도 생기고 지금도 흔적이 있는 둥그런 모양의 항구에 군함과 상선들이 나뉘어 정박했다고 한다.

 

안토니우스 공동 목욕탕 (Thermes d'antonin)

 

 

로마인들이 만든 대규모 욕탕이다.

로마에게 지배당한 이후의 건축물로서 수백 개의 방과 온탕 ,증기탕,냉탕까지 다 있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질 좋은 대리석에 화려한 코린트 양식의 장식에서 당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카르타고의 흔적은 거의 없없고 그나마 형태를 갖춘건 로마의 것들이다.

로마가 카르타고를 멸망시킬 때 도시를 모두 불태우고 땅을 고르고 소금까지 뿌렸다고 한다.

카르타고의 씨를 말리지 않고는 언젠가 제2의 한니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로마 역시 똑같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영원한 건 없다.

 

 

맥시코의 테오티우아칸, 잉카나 마야문명 같은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문명 앞에 서면 뭔가 숙연해 진다.

당대에는 정말 발전된 도시였고, 얼마나 뛰어난 문명인지를 알려주는 유적은 있어도, 실제로 내가 보지 못했으니 가슴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의 어느 나라도 언젠가는 사라진 문명이 되어 어느 박물관, 동영상, 책들 속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시디 부 사이드 (Sidi Bou Said)

튀니스 북쪽 20km쯤에 위치한 북아프리카의 진주 시디 부 사이드.

시디부 사이드는 16세기 스페인 남부지방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앙드레 지드, 모파상, 알베르 까뮈, 생 텍쥐 베리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도 민트차의 향기속에서 그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튀니지언 블루라고 불리우는 청색 창틀과 하얀 담벼락, 오렌지나무가 드리워진 가로수길.. 이런 것들을 좀 더 낮에 도착했어야 볼 수 있을텐데 이미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던 때에 도착한게 좀 아쉽다.

앙드레 지드가 자주 왔다던 250년 역사의 '카페 드 나트' 는 시디부 사이드의 언덕 정면에 있다.

 

 

마을 초입에서 잠시 뒤를 돌아본다. 낮에 봤다면 좀더 화려한 색채를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던 순간이다.

항상 자연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파리나 모기가 파란색을 하늘하고 착각해서 집안으로 못들어오게 칠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 낮에 봤으면 산토리니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이슬람 양식의 대문들이 다 특색이 있었다.

 

 

고양이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시디부사이드. 그 경계심 많은 동물이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

 

 

밤이 되면 묘한 기운이 감도는 시디부사이드 골목 곳곳에는 시간을 멈추고 있는 카페들이 있다.

지금 이순간 나를 잊고 아프리카의 한 모자이크 조각이 되어 밤으로 스며들어 본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차고 다니는 보석도 팔목에 한번 걸어보고..

 

 

갑자기 골목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말기를..

 

 

낮에 이곳을 보지 못한 상심이 얼마나 컸는지 사실 말도 못한다.

그만큼 하루의 짧은 일정으로 눈도장이라도 찍을 수 없을 만큼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게 다 추억이고 아쉬움이고 또 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렇게 아프리카의 진주를 가슴에 담았다.

 

Tunis, Tunisia / 2010.11

Natura Classica, Konica Auto S3 / kodak E100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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