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일기 11. 전세에서 대출받아 집 사기
인테리어 초보 직장인의 20평대 아파트 올수리 공사 일기
오늘은 2016년 12월 10일 토요일 부동산에 들러 집을 사기로 결정한 후 벌어진, 아주 스펙타클한 은행 대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대출..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줄은 또 몰랐습니다.
주거래 은행 첫 방문
월요일이 되자마자 점심시간에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시내에 있는 회사 근처 주거래 은행이었습니다.
대출 상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가 순서가 돼서 아주 당당하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난 돈을 빌리러 왔지만... 이자를 낼 수 있는 고객이니까.. 고객은 왕이니까!
약간은 답답해 보이는 여자 차장님께 이래이래 자초지종을 설명했죠.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데 집을 살 예정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 계약서를 쓸 예정인데.. 계약금도 필요하지만,
중간에 중도금도 내야 되고, 나중에 잔금도 치르고 인테리어나 이사도 해야 하니..
전체 필요한 금액에서 전세 보증금을 뺀 얼마얼마를 대출하려 한다.
캬... 설명 한 번 찰떡같이 알아듣기 쉽게 잘했습니다.
근데.. 듣고 있는 대출 담당자님의 표정이 밝지가 않습니다.
왜지? 너무 조금 빌린다고 했나... 더 빌려야 되나?
그분도 천천히 입을 떼셨습니다.
차장님 왈..
집을 담보로 대출하기 어려운 게.. 계약서는 쓰더라도 아직 그 집의 소유권이 넘어온 게 아니다.
전세보증금을 기본으로 하고 잔금을 대출하는 건 가능한데.. 현재 전세보증금도 받은 게 아니니..
은행의 대출금을 기본으로 해서 전세보증금을 잔금 개념으로 하는 건 원칙적으로 안 된다.
내부 규정이 그러해서.. 죄송하지만 대출이 힘들 것 같다...
두둥...
흠...
오. 마이. 거쉬.
상황에 대해 이해는 가는데...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케이.. 아직 내 집이 아니니.. 그 집을 담보로 대출하기 어려운 건 알겠다.
근데.. 전세자금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계약서를 안 쓰는 것도 아닌데 대출이 어려운 건 이해가 안간다.
전세금을 깔고 대출을 하는 거나.. 대출을 깔고 전세금으로 잔금 쓰는거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인데..
그럼 결국 수중에 현금이 어느 정도 없는 사람은 대출하지 말란 소리냐..
도대체 전세에서 자가로 넘어가는 사람이 현금을 그렇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 거냐.."
라고 또박또박.. 설명을 했습니다.
흠..
"오케이 상황은 잘 알겠다. 하지만 규정상 대출은 불가하다.."
흠..
"그럼 마이너스 통장은 가능한가?"
"그건 신용 평가 후 연봉 수준에서 가능하다."
흠... 그렇지..당장 계약금이 필요하지..
"오케이 그럼 그거라도 진행해주세요."
뭐 이거저거 싸인 실컷 하고 신용카드 만들어달라.. 어플 깔아달라.. 핸드폰 자동이체 걸어달라.. 관리비도 자동이체 해달라..
겨우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 주면서 해달라는건 The love(사랑스럽)게 많아요.
'망했다. 아 이거 어떻하지.. 이 은행만 그런 건가.. 연말이라 실적관리 하느라 그런건가.. 딴 은행도 다 그런가..
아니 그럼 잔금만 빌릴 수 있는 사람들만 집을 대출해서 산 건가.. 집 산 사람들이 다 그런건가?
집은 산다고 질러놨는데.. 돈을 어디서 빌리지? 물러야 되나? 이렇게 제2금융권 제3금융권을 만나게 되는건가?'
오만가지 때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은행을 힘없이 박차고 나와서 부동산에 전화했습니다.
"사장님 큰일 났어요. 이래저래 대출이 안 된다네요~"
"아 그거 걱정 마세요. 제가 전화번호 세 개 드릴 테니까 상담해보세요"
"네? 가능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카톡에 찍힌 우리, 국민, 신한은행 담당자의 번호 세 개.
후훗.. 셋이나 돼? 비교해서 제일 싼걸 하면 되겠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잘생기고 젊은 대출상담사가 고객님이 회사일로 바쁘시니 직접 회사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상담 및 계약서 도장도 받아주고,
24시간 카톡으로 궁금한 걸 다 해결해 주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ㅋㅋ
상담 과정에 들었던 기준금리, 변동금리, 중도금 대출, 담보대출, 대출실행일, 고정이자, 국민주택채권매입비, 원금균등상환, 원리금 균등상환 등등의 단어들은... 당시에는 다 따져보고 이해됐지만 지금은 잘 기억 안 나구요.
어쨌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어서 그렇게 대출을 해결했습니다.
보통 시내에 있는 은행들은 기업대출만 관심이 있지, 가계대출은 뒷전이더라구요.
대부분 동네 부동산은 대출상담사들이 다 연결이 돼 있을 거에요. 그분들도 커미션이 있을 테니 열심히 하는 걸 테고.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안되는게 없습니다.
매매 잔금을 치르는 이사날 대출담당자, 이전 법무사가 같이 부동산에 와서 소유권 이전 확인하고 바로 수표써서 내주더라구요.
법무사 업무도 사실 부지런한 분들은 수수료 아끼느라 직접 하시더라구요. 항상 말하잖아요 편한건 비싸 ㅋㅋ
혹시 뭐 친절한 대출상담사가 필요하시면 소개해 드릴께요 ㅋㅋㅋ
인테리어 일기 12. 주방 인테리어 디자인 계획 및 전기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