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을 보며..
tvN에서 나영석 피디가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뇌섹남들의 수다스러운 술방이라니..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1996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처음 만났을 당시의 충격이 떠올랐다.
단순히 개인적인 지식 충족의 욕구를 끄적이던 습작들을 한데 모아놓았더니 백과사전이 되었더라라는
일반인이면 상상하기도 힘든 내용의 책의 존재 자체에 큰 충격을 받았었던 것 같다.
개미를 통해 다룬 문학, 과학, 인류학, 심리학 등등을 넘어서는 내용..
중고등 학교 시절..
외고 대비 입시학원부터 외국어 고등학교를 이어 다니다 보니..
그닥 머리가 비상하지 못했던 나보다 훨씬 머리 좋은 친구들이 주위에 있었던 환경에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열등감도 꽤 크지 않았었나 싶다.
누가 수학 문제를 물어보면.. 전혀 해답지에 나와 있지도 않는 접근방식으로 설명해주면서 지식의 기쁨을 맛보던 친구들..
세계사 좀 공부한다 치면 세계 2차 대전에 나왔던 탱크의 종류는 읊어줘야 했던 친구..
언어영역 12회짜리 문제집을 아침에 와서는 저녁 자율학습시간까지 종일 쭉 풀어제끼던 놀라운 속독의 친구..
tvN의 <문제적 남자>를 봤을 때도 비슷한 충격을 받았었다.
과고, 카이스트, 명문대를 나온 스타들의 지식 대결이라니...
그들만의 리그 같은 부러움과 재수없음(?)을 예능으로 풀어낸 데에 대한 반가움과 동경이 있었다.
그리고 지대넓얕 이라는 책이 항간에 큰 이슈가 됐었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 책은 아마도 그러한 깊은 지식에 대한 동경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려는 방편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글을 쓴 사람들이 그렇다고 지식이 얕았던 건 아니었을 꺼다.
기본적으로 작가는 지식이 넘쳐서 할 말이 많은 사람이거든..
아마도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 1편에서 "정재승 교수는 도매다. 내가 소매에 맞게 설명해주겠다" 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지 싶다.
아무튼, 인문학도와 음악인과 과학인의 수다스러운 술방이라니...
물론 큰 그림을 그린 연대나온 나영석 PD도 놀랍지만.. 나름 오랜만에 정말 재밌고 반가운 프로그램이다.
아무래도 작가들의 역할도 다른 프로그램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오히려 큰 주제만 던져주면 다섯 명(김영하, 유희열, 유시민, 황교익, 정재승)의 석학들이 신나게 알아서 떠들어 재끼고..
작가들은 나머지 디테일을 채우기 위해 자막 짜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을까? ㅎㅎ
날로 먹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 생각엔 그 뒷단 작업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훨씬 어렵지 싶다 ㅋㅋ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출연자들의 날 것의 지식이 밑천이 드러나는 순간이 관건이겠지만..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은 아직 많기에..
이 프로그램의 장수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