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의 기술! 로얄 캐리비안 마리너호
크루즈 하면.. 몇 년 전까지도 그냥 막연하게 '비싸고 화려한 여행' 정도로만 인식됐던 게 사실지만
이제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소수의 사람만 즐기는 여행'이 아닌 하나의 '거대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연'이란 것… 어떻게 보면 믿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우연치 않게 시작했던 크루즈 여행이 여행이 됐건 출장이 됐건… 여섯 번째에 이르렀다.
사실 여러 번 탔다고 해서 하나 부러워 할 게 없는 것이…
업무 차 갔을 땐 하루 종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배를 누비며 촬영해야 하는데다…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캐빈에 들어와 풀썩 쓰러지기 일쑤였기에 사실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갈수록 규모가 큰 배도 타보고 크루징 경험도 많아지면서, 제법 크루즈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요령도 생기게 되었다.
처음엔 길을 잃어 헤매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나중에는 촬영포인트도 척척!
크루즈 관련 책들이 벌써 시중에 많긴 하지만…
앞으로 크루즈 여행에 도전하실 분들을 위해 아직 배를 타보지 않았어도
"아 … 크루즈란 이런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글을 적어본다. 그간의 촬영지에서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와 함께
로얄 캐리비안 마리너호
1. 오프닝 / 승선준비
나중에 시간 있으면 NG 장면들만 모아도 대박 코미디물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는 유주씨..
나름 두번 쯤 타 봤으면 자칭 전문 리포터라고 소개할 법도 한데..
처음 싱가폴에서 크루즈를 한 번 타보더니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공부하러 간 그녀를
구관이 명관이라고 LA로 다시 불러 일을 한 번 더 맡겼다.
전보다 물론 여유는 생겼는데… 캐나다 간지 세 달 됐다고.. 발음이 가끔 이상하게 새거나 굴러간다.. 이런..
2. 누구나 궁금해 하는 객실 소개
사실 크루즈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일정 내내 객실에 짐을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배낭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꺼다. 매일 짐싸고 뭔가를 들고다닌다는게 여행보다 더 힘들다는걸..
여유가 된다면 스위트 객실도 좋지만 발코니가 딸린 방, 창문만 있는 방, 창문도 없는 방 등…
가격대가 다른 다양한 객실 중 자신에게 맞는 방을 선택할 수 있다.
굳이 추천을 하자면 창문만 있는 '오션 뷰' 정도면 좋을 것 같다.
가격도 적당하고.. 어차피 기항지 관광이다 뭐다 해서 객실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창문까지 없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지금이 몇 시가 됐는지 영 감이 안온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오션뷰를 추천한다.
3. 신나는 선내 프로그램들
동영상에서 친절하게 소개했듯이.. 신문을 보면 프로그램들이 하루종일 빡빡하게 나와있다.
뭐든지 안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인 만큼, 맘에 드는것만 골라 참여하면 되는데….
로얄 캐리비안 같은 경우는 미국 선사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되서 그나마 좀 불편하진 않았다.
반면 코스타 크루즈는 이탈리아 선사라서 모든 안내방송이 이탈리아 어로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약간 혀가 꼬인듯한..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로 나오기 때문에, 미국식 영어에 이미 적응된 나로서는 불편한 점이 살짝 있었다.
물론 선상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지중해의 열정적이고 뜨거운 문화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음악만 나오면 아무데서나 흥겹게 멋진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확실히 유럽 풍 크루즈의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덧붙여… 크루즈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살펴보면..
"선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따로 돈은 안들까?" 하는 질문이 정말 많다.
보통 선상에선 주류와 미용 관련 서비스를 빼고는 돈들게 따로 없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사실 비행기 값을 제외한 순수 배 비용이 객실에 따라 다르지만 400달러~ 1000달러 선 사이 (박수에 따른 차이)라서
숙박과 프로그램, 무제한 최고급 식사, 서비스 등이 포함된 걸 생각하면 정말 어디 해외여행 가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여러가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크루즈이기도 하다.
애들 같은 경우는 키즈 프로그램에 맡겨놓기만 하면 알아서 잘 돌봐주기 때문에 외국인 친구도 쉽게 사귈 수 있고..
매일 밤 카지노에서 승부욕을 활활 불태울수도 있다. (비행기 값 벌어오는 친구도 몇 명 봤다ㅋ)
부산 혹은 제주도를 경유하는 배편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크루즈 여행이 슬슬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외국에선 온 가족이 방학 때마다 크루즈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보편화된 추세다.
4. 없는 것이 없는 선내 시설들
배의 크기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기본 시설은 갖췄다고 보면 된다.
프라머네이드 같은 거리나 아이스링크 같은 건 확실히 큰 배에만 있지만...
사실 배가 큰 만큼 많은 사람들이 타기 때문에 복잡하고 넓어서 다니기 힘든 점도 있다.
해변에서의 여유로운 일광욕을 즐기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상 가운데 큰 수영장 말고 뒷 편에 있는 쏠라리움이라는 작은 수영장을 찾는 것도 좋다.
아침 일찍가서 의자에 책이나 수건으로 자리를 맡아놓고 하루종일 누워 책을 읽다가 수영도 즐기고 낮잠도 자고..
바로 옆에서 무제한 제공되는 바삭바삭한 감자튀김과 입에 살살 녹는 피자를 먹어보길 정말 강추한다.
(스팀 사우나도 헬스장 근처에 숨어 있으니 꼭 찾아보시길~ㅋㅋ)
확실히 서양사람들은 아침 일찍 요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조깅도 많이 하고 헬스장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냥 일상의 습관을 장소만 바꿔서 한다는 느낌 정도? 어찌보면 그만큼 그들의 생활패턴에 최적화된 장소가 크루즈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크루즈가 활동적인 사람에게만 적합한 공간인 건 아니다.
부지런히 모든 시설을 이용하며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이들도 있는 반면, 바다 위의 무제한 여유을 누리는 이들도 존재한다.
공해상만 벗어나면 휴대폰도 안 터지는데… 귀찮게 하는 일도 없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
그냥 먹을게 지천에 널려있는 무인도에서 한가로운 휴가를 보내는 보내는 느낌이랄까?
밤 11시 쯤 갑판의 자쿠지에서 반신욕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일행과 보글보글 탕속에 들어 앉아 바다 위에 뜬 달을 보며 황홀한 반신욕을 즐겼던 추억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5. 타이타닉이 생각나는 화려한 크루즈 위의 식사
식사는…방에서 나가기 싫다면 메이드에게 부탁해서 룸서비스가 항상 가능하다.
보통은 아침이나 점심을 뷔페식당과 정찬 식당에서 모두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정찬식당에서는 서빙을 받으면서 먹는 분위기고 뷔페식당은 그냥 매 끼니 패밀리 레스토랑에 왔다고 생각하면 딱 맞다.
뷔페식당이 더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서 끼니때는 항상 북적대기 마련이다. 물론 복장은 자유!!
하이라이트는 드레스와 정장을 준비해야 하는 정찬!!
보통 동남아에서 타는 3박4일 일정의 크루즈는 보통 한 번, 미주나 유럽의 7박정도 타는 긴 일정은 두 번 정도 정찬이 있다.
아침에 방에 오는 신문을 보면 그날 드레스코드가 캐쥬얼인지, 포멀인지 ,세미 캐쥬얼인지 나와 있다.
낮에 보면 반바지에 슬리퍼 찍찍 끌고 손에 햄버거를 들고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오후 6시 정도 되면, 간지 좔좔 흐르면서 복도에서 보이기 시작하는데 여자분들은 다들 등이 드러나는 멋진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그런 옷들을 준비하려면 사실 가방도 커야되겠지만 옷걸이에 걸어놓고 다려서 입었었다.
(사실 다리미는 안전상의 이유로 휴대 불가하지만 ㅋㅋ) 객실 세탁과 드라이 서비스는 유료다.
바지 한벌에 3유로 했던 후덜덜한 기억이… 하지만 가격이 막판으로 갈수록 15벌에 얼마 이런식으로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다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듯! 뭐 간혹 한복을 준비하 가면 서양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글을 본 사람들이 계시다면….
정말 모든 사람의 이목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된다..
식사는 에피타이져 , 본식, 디져트에 빵이나 스프 같은걸 곁들여서 순서대로 웨이터에게 주문하는데..
보통 메뉴판에 셰프의 오늘의 추천 음식이 있으니 골라도 되고..
사실 소고기 스테이크와 양고기 중에 고민된다면, 두명이서 메인요리 세개를 시켜도 되고 네개를 시켜도 아무도 뭐라 그럴 사람 없다.
달팽이 요리 에스까르고는 꼭 먹어보길! 모든 레스토랑과 바 같은데는 와인을 사서 키핑해놓고 먹을 수 있다. 고것또한 쏠쏠한 재미!!
6. 땅을 밟고 싶다구!! 기항지 관광
일단 배에 타서 이틀 정도 모든 시설도 익히고 잘 먹고 놀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사육당하고 있구나..
이러다 내릴 때쯤 5kg는 불어있겠네…운동을 좀 해야겠다… 그리고 어느샌가 잊혀진 흙의 냄새…
내리지 않고는 못견디겠는 육지를 향한 로망.. 바다에만 있다보면 그렇게 된다.
매일 밤 쇼도 있고 각종 게임에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지만 쉽게 싫증을 내는 사람인지라…또 새로운걸 찾게 된다.
동남아 크루즈를 처음에 두 번 타고 느낀 기항지에 대한 내 생각은 딱 이거였다.
"어느덧 질리는 배에서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상륙정도?"
아무튼 내리지 않고는 지겨워 못겼디겠으니 반나절이나 하루정도 기분전환 한다는 생각..
하지만 지중해의 산토리니, 미코노스, 로데스 , 듀브로브니크 등지를 다녀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배가 메인이고 기항지는 서브였다면 유럽에서는 반대였다.
그만큼 어떤 코스를 가는 배를 타느냐에 따라 기억에서 비중을 두는 것들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유럽이라 하더라도 이집트나 유적지 코스만 가는 역사탐방 기행같은 일정도 있으니 잘 선택하시길..
개인적으로 지중해 서쪽인 스페인 쪽을 도는 일정이나, 동쪽으로 그리스 섬들을 도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번 일정에선 샌프란시스코, 씨애틀, 캐나다의 빅토리아 섬이 기항지였는데 매력있는 도시를 가는게 확실히 여행의 만족을 더해준다.
내려서는 어떻게 할까..관광지가 항구 근처인 경우는 그냥 걸어서 돌아다녀도 되고..
배에서 하는 기항지 관광에 신청을 해서 패키지처럼 쭉 편하게 따라다녀도 되고..
관광지가 항구에서 좀 멀다면 항구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택시기사들과 요금 흥정 후….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다 (난 이게 좋았다)
물론 렌트카도 있다. 국제운전면허증과 국내 운전면허증 지참 필수!! 텐더보트를 타는 경우에는 마지막 배가 떠나기전 꼭 돌아와야 된다.
7. Sea Day in 크루즈
보통은 밤에 이동해서 다음날 아침 다음 기항지에서 눈을 뜨게 되지만,
거리가 멀다면 하루 종일 배에서 보내야 되는 날을 Sea day 라고 한다.
기항지 나가는 날은 아침에 도착해서 신나게 나가 놀다가 저녁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배고파 죽겠는데 두시간 동안 코스로 먹는 정찬식사가 도저히 피곤할 수 있는데,
그럼 저녁식사를 뷔페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씨데이는 그동안 봐두었던 못해본 것들을 여유있게 다 해볼 시간이 되는데..
영상에 나온 것처럼 알차게 보내도 되고.. 그냥 갑판에서 광합성이나 하면서 즐겨도 된다.
대학시절 교양수업으로 스포츠 댄스를 배울 때에도 매번 새로운 파트너를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기억!! 춤배우는 강좌은 빼놓을 수 없다.
언제 외국인하고 춤배워 볼수 있을까..
항상 다녀와서 아쉽게 느끼는 거지만 춤을 미리 좀 배워갔으면 바에서 좀 더 폼나게 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8. 하이라이트 10
내게 크루즈가 낭만적이라고 생각되는 기억은..
매일 저녁 기타든 피아노든 라이브로 연주를 하는 바에서 마냥 신나서 따라 노래를 부르던 그때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이 사진으로 남듯 내 머릿속엔 그때의 노래로 기억되곤 하는데..
Hey Jude 와 Piano man 만 들으면 가슴이 뛰며 그날의 흥겨움이 떠오른다.
9. 하선하기
하선할 때가 되서야 비로서 단꿈에서 깨어 정신을 차린다. 파라다이스를 떠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그 아쉬움이 다시 크루즈를 찾게 하는 힘이겠지만.. 아무튼 사실 여러번 탈 수 있는 기회도 쉽지 않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재대로 즐겨야 되지 않을까 해서 끄적였다.
미리 간접적으로나마 두루두루 경험을 해 봤다면 직접 탔을때 한정된 시간에 더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즐기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즐기는 타인을 구경하는 사람의 자리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작 본인은 가슴으로 느끼지 못할까 우려해 썼다고 하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인 만큼
머릿속에 지식을 정보로 담고가는 여행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크루즈 여행'이 되길!
촬영 : 2009.5 / LA
출연 : 한유쥬 리포터
촬영 / 편집 : 박PD
편집 : 박PD
CAMERA : Sony Z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