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 나를 띄우다_타오르미나
▶Episode 13 of 14◀
서부 지중해 크루즈 일정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나는 기대치 못한 또 하나의 멋진 도시를 발견했다.
타오르미나(Taormina)
몰타를 떠난 크루즈는 이탈리아와 맞닿은 마피아의 섬 시칠리아의 북동쪽에 위치한 메시나에 도착했다.
지중해 해상 교통의 요지인 메시나 항에서 보이는 이탈리아 본토의 모습.
메시나 해협을 사이에 두고 지척간이다. 이곳 메시나 에서 타오르미나 까지는 버스로 1시간 거리.
타오르미나, 따오르미나..
처음 들어보는 지명인데 왠지 입에 착착 붙는다. 아무런 정보도 기대도 없던 채로 도착해서 그런지 좀 더 설레는 것 같다.
타오르미나는 아름다운 해안의 경치와 온화한 기후 덕분에 세계적인 겨울 휴양지로 꼽히고 있다.
시칠리아 섬 동쪽 언덕에 위치한 이곳은, 처음에 시칠리아 원주민이 살고 있다가 B.C. 4세기경 그리스의 식민지 하에에서 도시로 발전, 이후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하여 로마의 식민지가 된다.
결국 현재까지 로마 스페인 아랍 프랑스의 문화를 융합적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타오르미나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인 움베르토 1세 거리의 입구다.
아기자기하고 그림같은 거리 사이사이로 좁은 골목들이 거미줄 같이 뻗어있다.
지중해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꽃향기
카르페 디엠(Carpe diem)
많이 듣던 말이다. seize the day. 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즐겨라'라는 말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
현재가 모여서 삶을 이루는게 아닌가..
내일은 없다. 지금 열정을 쏟자..
모파상이 타오르미나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마치 인간의 눈과 정신, 그리고 상상력을 유혹할려고 만들어진 것 처럼 보인다"
“A landscape in which you can find all that seems to be created on earth to seduce the eyes, mind and fantasy.”
『 Guy de Maupassant 』(1885, France)
요즘 내게 직접 날라오는 편지라고는 컴퓨터로 인쇄된 활자가 쓰여진 고지서가 대부분인 것 같다.
손편지에 대한 낭만은 많이 사라져 버렸지만 그 기다림은 계속될 것 같다.
거리 양쪽으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진 골목들이 쭉 이어진다.
이른 아침이라 카페들이 이집 저집 문을 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음악을 듣고 있던 한 여행자. 이어폰이 낯이 익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점
여유는.. 즐기는 자의 것이다.
다른 이의 여유를 조망하며 부러워하면서도 쉽사리 내가 그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거..
그게 관광과 여행의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어딜 들어가도 아름다운 골목들이 펼쳐진다.
시칠리아 섬 그리고 마피아
말론 브랜도가 두목인 '돈 비토 콜레오네' 로 열연한 명작..
영화 '대부'로 유명한 유럽에서 가장 큰 범죄조직 마피아(MAFIA)
미국의 알카포네도 있고, 러시아 마피아도 악명 높지만 마피아의 원조는 역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이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오늘날의 이탈리아 마피아는 원래 시칠리아 사람들이 외세의 노략질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가족 친지 중심의 소박한 공동체였다고 한다. 서로 도와야 하고 아군이 틀리고 적들이 옳다고 할지라도 ,친구의 편을 들어 적에 대항하여 싸워야 한다. 내부의 비밀을 지켜야 하며 아주 사소한 모욕이라도 복수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강령이 있어서 서로간에 끝까지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하더라도 그들의 존엄성을 지킨다는 마피아.
60년대 말 - 70년대, 마피아의 황금기 에는 마약에 주로 손을 댔다면, 지금은 부동산, 관광, 호텔, 건설, 쓰레기 처리 금융 등 합법적인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하여 이탈리아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는 이탈리아 최대의 마피아 조직 본부가 있다고 한다.
PS)비슷한 성격의 다른 나라의 자매품으로는 중국의 삼합회와 일본의 야쿠자, 인도암살단 등이 있다..
어두운 이야기는 뒤로하고..
이오니아 해를 바라보고 있는 카페
움베르토 거리 중간에는 작은 두오모 광장이 있고 교회들이 있다.
그리고 그 광장에서는 동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조금씩 색을 칠해가고 있었다.
광장 한켠에는 악기를 신나게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있다.
이탈리아 하면 또 아이스크림을 안 먹고 지나칠 수 없다.
해발 206미터 언덕의 산 중턱에 위치한 타오르미나.
시칠리아 섬 자체가 중세부터 해적들에게 많은 시달림을 받았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떨어진 산 중턱에 성을 쌓아야 방어가 용이했다
기원전 3세기에 지어진 그리스 극장의 유적지
저 멀리 뒤로 활화산인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이 오늘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현재도 여름에 이 극장에서 발레와 연극, 음악회들이 열려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리스 시대의 과학기술로 지어진 극장이지만 뛰어난 음향 효과로 인해 모든 객석에서 무대의 소리를 잘 전달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저 산 중턱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던 그때를 잠시 떠올려본다.
마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그림을 전시해 놓은 화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은 엽서부터 액자까지 사고 싶게 만드는 그림들이 많다.
잠시 앉아 쉬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간 내 모습도 비슷하게 변해있지 않을까..
Taormina, Sicilia / 2010.11
Natura Classica, Konica Auto S3 / kodak E100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