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기타 추천] 올솔리드 성음 크래프터 커스텀
제가 가지고 있는 기타 이야기입니다.
첫 기타는 2002년도에 오봉기타 라고 나름 국내브랜드로 괜찮은 기타였습니다.
재밌던 건 제가 경기도 양주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원하는 모델이 공장에 있다면서 양주로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부대 완전 근처여서 ㅋㅋ 기타를 사고 본의 아니게 부대 위병소 후임들 만나고..
주말이어서 바로 면회신청해서 내무실까지 먹을거 사서 올라갔다는..
아무튼 교회에서 좀 험하게 쓰다 보니 한쪽이 깨지기도 해서
2005년도 낙원 상가에 수리도 할 겸 오봉 기타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기타 아저씨가 수리해서 쓰느니 그냥 새거 하나 사는 게 돈 아끼는 거라면서, 다른 기타를 하나하나 보여주시더라구요.
첫번째 기타는 40만원 짜리..
모양도 별로고 스피커에 연결된 소리도 별로더라구요..픽업도 후졌고..
그 다음에 80만원 짜리를 보여주시는 겁니다.
막 회사생활한지 얼마 되지도 않던 터라 8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서 기타를 살 정도로 애정이 있지도 않았기에,
그냥 본척 만척하면서 지나쳤죠..
그리자 마지막으로 아저씨가.. "이건 안보여주는건데..."하시면서 마지막 회심의 카드를 꺼네시더군요.
(※ 한참 지나서 느끼는 거지만 보통 분양사무소 가면 잘 쓰는 수법입니다. 좋은 로얄층 남향 아파트들은 이미 다 나갔지만..
원래 안되는 건데 팀장님 허락 받고 집 하나 괜찮은 층수로 빼볼게요... 하면서 옆에 팀장님 한 분 등장해주시고..
그런식으로 분양하시는 스킬을 두 군데서 맛보고 나니... ㅋㅋㅋ 알게 되었죠)
<플랫을 낮춘다고 새들 밑부분을 사포로 갈아서 손에 맞게 끼워 넣었습니다>
아저씨가 가져오신 깔끔하게 생긴 기타는 익히 들어온 피쉬맨 픽업도 달리고 자개 장식도 있어서 좀 있어보이긴 했습니다.
크래프터 올 솔리드였는데, 쥬럴리, 노블, 글로리아, 갓인어스 같은 모델명이 따로 없는 커스텀 제품이었습니다.
cf) 기타의 모든 부분이 원목으로 된 것이 올 솔리드 기타, 앞판과 뒤판이 원목인 것이 탑백 솔리드라고 부르고
탑솔리드는 기타의 상판만 원목으로 된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120만원이라는 소리에...전 본 척도 안 했죠.. 신입사원 수습기간 월급이 얼만데...
아저씨가 잭을 스피커에 연결하시더군요. 볼륨을 올리시더니만...
"드르릉~
'허...억...'
마치 그 소리는 제 심장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감동의 소리였습니다
앞에 듣던 그런 기타 소리와는 질이 다른 깊이 있고 맛깔나는 소리였죠
"이게 전부 통판이라서 갈수록 소리가 깊어져.."
"흠.." 수중에 돈은 없고
아저씨 혹시......... 할부 되나요?"
"그럼요 평생 쓴다고 생각하고 잘 써요"
전 당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햇병아리라 신용카드를 처음 발급받긴 했는데, 아직 한 번도 써보지도 않았었죠.
그리고 할부라는 아주 신기한 마법을 드디어 한 번 써보는구나 하고 가슴이 들뜨기도 했구요.
아무튼 가져간 오봉기타를 아저씨에게 드리고 20만원 어치 중고 보상기변으로 해서 100만원을 12개월 할부로 긁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이자' 라는게 있는 줄 몰랐고. 12개월 동안 제 가슴을 후벼팔 줄은 몰랐습니다 ㅋㅋ
카드사 돈 쉽게 버는구만 ㅋㅋ
하드케이스와 스트랩, 피크가 공짜로 딸려왔고 전 그 자리에서 기타줄 세트를 샀죠..
성음 크래프터, 피쉬맨 픽업 달린 올솔리드 커스텀 버전..
사운드 홀 주위 장식 멋있죠?
플랫보드 중간중간 플랫을 표시해주는 자개 장식
CRAFTER 기타가 꽤 괜찮아요. 줄을 바꿀 때가 됐군요..
겉은 소프트 케이스고 내부는 하드로 되어있는 이 케이스가 좋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비긴어게인 보니까 윤도현이 영국에서 소프트케이스 등에 메고 스케이드 보드 타다가 넘어져서
기타가 깨지고 나서는 앞으로 무조건 하드케이스만 쓴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줄감개도 꽤 고급스러워요
요즘은 좋은 픽업 많이 나왔겠지만, EQ는 당시 가장 최신이었던 FISHMAN PREFIX PLUS-T 픽업
튜너도 같이 달려서 조율도 할 수 있습니다.
카포, 피크는 가죽 지갑에 ㅋㅋ
스트랩도 튼튼한 걸로
그렇게 제 가슴에 감동을 주던 기타는 요즘 제 방 한구석에서 조용히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인가 다시 그 낙원상가의 기타집에 기타를 들고 갔습니다.
잘 안치게 되다 보니 다시 팔아볼까 했었죠.
아저씨도 그 기타를 당연히 기억하시더라구요. 올 솔리드면 요즘 200만원까지 간다며..
아저씨께 판매대행을 맡겨놓고 오긴 했는데 별로 기대는 안되더군요. 요즘 악기 시장이 죽었다는 아저씨의 말에..
결국 안 팔려서 다시 제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목향이라는 인터넷 악기 중고거래 커뮤니티를 발견했습니다.
싸이트에서 본 온갖 기타 강의며 글들을 쭉 읽다 보니 기타를 처음 샀을 때의 그 열정이 다시 타오르는 것 같네요
'이걸 팔지말고 꾸준히 쳐볼까나..'
에릭클립턴을 꿈꾸던 소년의 넋두리였습니다
오늘은 간만에 줄이나 한 번 갈아주고 한 번 쳐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