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단골 미용실이란 / 종각역 헤어샵
남성 미용실 추천
남자에게 단골 미용실이란 정말 어려운 존재다.
쉽게 찾을 수도 없지만, 또 오래 유지하기도 어렵다.
아마 남자의 인생은 본인의 헤어스타일을 찾기 전과 나뉜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닐꺼다.
남자는 결국 머리빨이니까..
어려서는 엄마가 집에서 천을 둘르고 잘라주시다가
중학교서부터는 그냥 동네 근처 블루클럽에서 오천원짜리 머리를 했던 것 같다. 머리감기도 셀프였지.
고등학교때는 교내 이발소에서 3천원이면 10분만에 깎아주는데서 아무 고민없이 잘랐었고
대학 때는 거금을 들여서 머리를 한 번 염색도 해보고 펴보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그냥 이발병의 실력과 운에 내 머리를 맡길 뿐.. 옷 속의 짧은 머리카락은 덤이었다.
복학을 하면서 미용실을 기웃거리며 좀 신경을 쓰는 듯 하다가..
직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그냥 짧고 단정한 머리를 선호하게 되었다.
아무튼 단골도 별로 없없고 스타일에 대한 고민도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나에게 말도 잘 걸어주고, 아는 체도 해주고, 머리도 꽤 깔끔하게 잘라주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내 머리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잡혔던 것 같다.
미용실에 가는 게 즐거웠고 드디어 나에게도 단골 미용실이라는 게 생겼구나! 하는 뿌듯함도 있었고,
단골 미용실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너무나도 쉽게 머리스타일과 더불어 영혼까지도 맡겨버릴 태세였다.
그리고 그 선생님이 찾아 준 나의 머리 스타일은 곧 평생 변하지 않는 스타일이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 줄기 천사와도 같았던 그 선생님은 어느 날 한 마디 이별의 메세지도 없이 그 미용실을 떠나셨다.
그것도 다른 보조 선생님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
김 선생님 강남으로 가셨어요... 두둥..
얼마만에 찾은 내 머리스타일인데... 그리고 나의 선생님인데..
앞으로 내 머리는 과연 누가 한단 말인가..
다른 선생님께 곁을 내주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선생님의 반가운 인사도 잘 받는 체 마는 체..
내 머리스타일을 다시는 찾을 수 없을꺼라는 두려움과 실망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곧 난 더 멋있는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이번 선생님은 남자분이었는데.. 역시 남자 머리는 남자가 안다면서..
이전에 못했던 주제의 이야기도 나누면서 더 잘 통하는 듯 했다.
후후후 하늘이 무너지란 법은 없지
그러다 어느 날 그분도 떠나셨다.
이번엔 집 근처에 새로 샵을 차려서 가셨단다... 두둥...
심지어 연락처도 남기지도 않았고, 미용실에선 손님을 잃을까 번호도 안 알려준다.
그렇게 두세 번 선생님을 잃고 나니... 조금씩 정을 붙이는데 인색해지기 시작했고..
그냥 내 머리는 이제 내가 제일 잘 아니.. 이렇게 해주세요 하고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 그게 항상 내 맘에 들겠는가...
아무튼 그러다가 지금 7년 째 머리를 맡기고 있는 선생님을 찾게 되었다..
오래 다니다 보니 같은 미용실에서 옆 자리에서 수줍게 보조로 서 계신던 분들이
지금은 하나 둘 어엿한 메인 선생님이 되어 후배들을 진두지휘 하는 모습까지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렇게 한동안 이별에 대한 상처는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또 그만 두셨단다... 두둥...
하지만 희소식인 건 바로 근처에 미용실을 차리셨다는 거다.. 후후
이젠 놓지지 않을 꺼에요.. ㅋㅋ
뭐 어쨌던 거기가 여기다.. 종각역에서 2가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이철 헤어커커.
몇 번의 고비를 넘기다 보니.. 요즘은 헤어샵의 브랜드는 잘 눈여겨 보지 않게 됐다.
시골의 이발소에서도 내 머리를 원빈처럼 잘라주는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청담동의 원장님도 내 맘에 안 들게 자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럴 확률은 적다)
이사를 하시고 얼마 되지 않은
날씨가 오지게도 좋던 어느 날 이곳을 찾았다.
속으로는 이따시만한 화환이라도 들고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참았지..
빠마.. 고데.. 어감 좋은데...
머리감기도 돈받나?
아무튼 이 곳의 원장님과의 친분은 이번엔 끊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좀 오래 갈 것 같다.
남자에게 머리란 무엇일까..
후후..
전부다
얼굴이 원빈이 아닌 이상... 머리가 전부란 말이다.
아무튼 새로 찾은 미용실에서의 생경한 분위기보다는
날 잘 아는 원장님이 옆에 있다는 안도감에 찾게 되는 곳이 바로
남자에게 있어서 단골 미용실인 거다.
새로 오픈한 헤어샵 번창하시길 바라며...
너무 잘되서 선생님을 10명을 두는 원장님이 되시더라도..
전 쫓아다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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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
이 원장님도 나중에 캐나다로 가셨고.. 저도 종로에서 강남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 사이에 또 알게된 선생님도 있었는데.. 결국 인연이 그렇게 길지는 않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