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구석구석 볼·먹거리 숨겨진 서촌의 밤 산책
금요일 퇴근 후 어딜 놀러 갈까 하다가 서촌을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크게 경복궁을 중심으로 왼쪽은 서촌, 오른쪽은 북촌이라고 합니다 (가회동, 안국동, 삼청동 등)
서촌은 청운동, 효자동, 신교동, 궁정동, 옥인동, 통인동, 창성동, 누상동, 누하동 9개 동을 뜻하는데
사직동, 체부동, 옥인동, 통인동, 누상동, 누하동, 신교동이 자리한 서쪽은 역사 문화 탐방이나 먹거리를 주로 하고
창성동, 통의동, 청운동 효자동이 있는 동쪽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이 있습니다.
서촌을 돌아보는 일반적인 코스는 보통 경복궁역에서 시작해서 돌기 시작합니다.
뭐 어쨌던 볼 것 많고 먹을 데 많다는 거죠..
먼저 블로그를 좀 찾아보다가 바로 찾아간 곳은 랍스타코 라는 수제 햄버거와 랍스타를 파는 곳이었습니다.
동네구경보다 배가 너무 고파서 바로 내비 찍어서 도착했지요. 근처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축지법으로 찾아갔습니다.
바로 옆 집이 포담이라는 딤섬집이 있었는데 줄이 엄청 길더라구요. 수요미식회에 나와서 그런지..
이 집은 가격대도 있고 해서 줄이 없어서 바로 들어갔습니다. ㅋㅋ
클래식 수제버거가 나왔습니다. 감자튀김 맛있더라구요
자고로 햄버거는 칼보단 손에 들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스테이크 나이프는 아직도 적응이 힘듭니다.
500g짜리 작은 랍스터를 시켰는데, 살아있는 녀석을 가져와서 먼저 보여주시더라구요.
지난번에 홍대 어디 유명한 랍스타집 가도 꼭 살아있는 애를 가져와서 얘로 요리를 할 거라고 보여주시는데..
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주인을 못 믿어서 그렇다고 하면 그러한 불신의 분위기가 아쉬울 뿐이고..
사실 뭐 속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놈으로 요리해도 알 길이 없지 않겠어요?
불필요한 마케팅이지 싶지만.. 뭐 그래도 재미있어하는 손님이 있으므로 다들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동남아에서 해변에서 싸게 널린게 랍스터인데.. 한국에서 유독 비싼 느낌..
랍스타코 찾아가던 길에 타파스를 파는 분위기 있는 집을 발견해서 밥 먹고 2차를 가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배가 불러서 동네를 한 번 휘 돌기로 했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니 드디어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낮에 봤던 동네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역시 어느 도시를 가도 낮과 밤을 다 봐야 그 도시를 다 안다고 할 수 있지요.
지나가다가 에그타르트 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디저트 배는 당연히 따로 있는 법이지요.
동네를 다니다 보니 구석구석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집들이 보이더라구요.
신동엽이 사랑한다던 소머리 국밥집도 보이고.. 언젠가 수요미식회 방송이 길어진다면..
이미 많이 현수막에서 자랑하고 있는 6시 내고향, 모닝와이드가 다녀간 식당 느낌으로 희소성이 떨어질 날이 언젠간 오지 싶습니다.
오... 근데... 마카오 안가도 되겠어 ㅋㅋㅋ 사장님!! 정말 맛있습니다.
호두보단 에그가 나아요.
얼마전 익선동에서 느꼈던 그런 들어가고 싶은 섹시한 느낌의 묘한 가게들이 골목골목 숨어 있습니다.
삼청동처럼 상권이 우르르 막 몰린 느낌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주택 사이사이 적절하게 가게들이 숨어 있는게 느낌이 좋더라구요
홍대, 상수, 삼청, 신사, 익선, 이화, 망원동 등 언젠간 또 주민들이 떠나고 상권만 남는 그런 변화를 서촌만은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궁 근처에 이런 운치있는 마을이 하나 정도는 계속 남아 줬으면 좋겠어요.
2층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분들..
밤새 떠들 이야깃거리가 남아있으시겠죠?
전주의 서신동 막걸리 골목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의 가게
여기도 또 지인들끼리 몇 와서 밤새 술을 기울이고 싶던 가게였습니다.
서촌의 상징 같은 곳 대오서점..
아쉬운건.. 사람들이 사진을 얼마나 찍어댔으면 저렇게 카메라로 찍지 말라는 간판을 걸었겠냐마는..
그래도 저런 표시가 하나 있고 없고가 디자인의 마무리를 결정하는 건데..
저런 표시가 있으면.. 이곳은 이미 너무 질리게 상업화된 곳이라는 걸 스스로 반증하는 거라..
옛스러운 느낌을 본질로 하는 마케팅에 흠을 내는 아쉬움이 보였습니다.
사진 좀 찍으면 어때.. 그게 돈 주고도 못하는 블로그 마케팅이자 입소문인걸..
예전에 인사동에 토토의 오래된 물건이라는 인기있는 가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들어와서 사진만 찍자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그 후로 손님이 줄었는지 어느 날 없어졌더라구요...
사람이 많이 오면 주인 입장에서 좋건 실컨 밀물인건데.. 노를 젓지는 못할 망정 손님을 잠정적인 카메라를 든 공격자로 적대시했다가는
얼마 안 있어 민심을 잃게 되지요.. 자리가 없어서 밖에 죽 손님들이 줄나래비를 서는 가게들이 왜... 잘되는 건데...
공평동 꼼장어가 그렇게 맛있어서 잘되는 줄 아나... 항상 손님들이 스스로 줄을 서며 광고를 해서 그런거지..
이런 손님을 공부하게 만드는 안내문도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뭐 아무튼 깨알 같은 글씨 속의 벗겨진 간판이 들이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간판의 페인트를 일부러 벗겨낸 듯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만드는 작은 공지글들..
독일의 앤틱 소품들을 파는 가게도 보이구요
유후인의 인기에 업혀가는건지.. 같은 가게인지 모르겠는 금상 고로케도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LP Bar 들이 북적였으면 좋겠어요. 영원히 번창하라 아날로그여~
다니다가 이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티셔츠도 한 벌 샀습니다.
생강 빵을 사는 아가씨
살롱이면... 좀 더 폰트를 복고로 해야 했어..
아무튼 서촌은 그냥 지도 같은거 필요 없이 구석 구석 천천히 마실을 다니다 보면 들어가고 싶은 집이 너무 많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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