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서울미래유산 필방에 새롭게 시작한 브루다 커피
인사동 사무실 앞에 오래된 서울미래유산인 동헌필방이 있었습니다. 조계사 맞은편 쪽입니다.
1966년 개업하여 같은 장소에서 2019년 여름까지 운영해왔던 공평동의 필방이죠
미래유산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 무형의 모든 것인데요, 서울 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입니다.
미래유산 홈페이지나 SNS등을 통한 상시 시민들이 상시 제안을 하거나 시민단체나 전문가가 제안하면
예비후보에 대해 사실 검증 및 자료수집을 위한 기초현황 조사하고, 심의를 통해 다양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을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게 됩니다.
서울시에는 현재 470개의 서울미래유산이 있습니다.
동헌필방은 회사 들어가는 공평동 사거리 초입에 있어서 15년을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지만
항상 기억 속에 존재감이 없었던 곳입니다. 필방, 문방사우.. 뭐 그런 단어가 제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없어서일까요?
미래유산이었던 동헌필방이 2019년 여름에 브루다라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동헌필방이 있던 이전의 모습은 이 포스팅과 요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내부의 모습은 이 기사에서 참조해주세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서울 미래유산이 바뀐다 한들 어떻게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거든요.
새로 생긴 브루다라는 커피숍은 인사동, 광화문, 숙명여대 쪽에 총 4개의 매장이 있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커피숍입니다.
나름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역사와 전통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금장으로 궁서체로 적힌 브루다 커피
BREW 라는 단어는 술을 양조한다, 커피를 끓여내리다, 음료를 조합하다, 차를 내리다 등의 의미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그걸 한글로 동사화해서 '브루다' 라는 이름이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지금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동헌필방은 아카이브 명단에서 검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명패만 남은 셈이죠.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나 미래 유산을 보존하려면 국유화 되야 가능한 부분인데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을 듯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명패만 남은 미래유산이 하나씩 더 많아질 수 있겠죠
다만 브루다 내부에 들어가 보시면 최대한 과거의 흔적을 보전하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카페의 특징은 가격과 신속성과 맛에 있습니다.
요즘은 아마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죠. 그만큼 인건비를 줄이려는 게 목적이긴 한데
여긴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직원들이 이 좁은 가게에 5명 정도씩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주문량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직장 근처에 있는 카페들이라면 필수적인 조건이긴 합니다.
한쪽에는 운산 강행원 화백의 친히 써준 ‘東軒筆房’ 간판이 아직도 걸려 있습니다.
문방사우를 비롯해 붓, 벼루, 종이가 가득 차 있던 이곳은 이제 커피머신과 분쇄기, 키오스크가 차지하고 있네요
저도 어릴 때 서예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수요들도 많이 줄어서 인사동에 붓과 종이를 사러 오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벼루와 먹도 질이 좋은 건 정말 비쌌던 기억에 남네요
천장에는 예전 그대로의 나무로 된 마감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레트로 느낌 물씬 나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네요
항상 샹들리에는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그런 느낌이 있어요 ㅎㅎ
벽돌과 노출된 시멘트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 아래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는 나무문이 있습니다.
키오스크는 총 세 대가 있는데요
아침 출근 시간에는 그마저도 세 대에 사람들이 가게가 꽉 차도록 줄을 서서 주문을 합니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방식으로 에어오더라는 앱으로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어플로 주문해서 가게에 바로 들러서 픽업만 해서 사무실로 들어가거든요.
특히나 아침시간에는 5분의 시간도 아까우므로 그렇게 주문을 받는 게 꽤 편합니다
브루다 커피의 메뉴입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천원입니다. 가격도 싸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듯 합니다.
이젠 직접 주문하는 가성비 커피 / 커피온리 망고 이 글에도 쓰긴 했는데 커피의 유통마진을 줄이고 저가의 괜찮은 커피를 제공하는 가게들이 많아져서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인사동, 공평동, 관훈동.. 이쪽에는 오래된 저렴한 커피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맥도날드가 없어지고 나서 천원짜리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거든요
직장 동료들과 농으로 우리가 직접 커피숍 차리자고 했었는데 들어왔네요.
키오스크로 주문하게 되면 장단점이 있게 마련인데
아무래도 말로 하는 것보다 귀찮다는 단점이 가장 크겠죠. 예전엔 그냥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하고 카드만 건네면 됐었죠.
근데 이렇게 몇 대씩 있으면 아무래도 한 명이 주문을 받는 상황보다 줄을 덜 서게 되니 그건 편하더라구요
가장 왼쪽에 있는게 1000원짜리 커피 사이즈입니다.
미디엄은 1600원, 가장 큰 라지는 2,900원입니다.
커피 맛은 괜찮은 편입니다. 원두를 물어봤더니 브라질이랑 어디랑 블렌딩이라고 하더라구요
한쪽에는 액자에 이곳의 역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적어 놨습니다.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커피가 나올 동안 한 번씩 보게 되더라구요
사실 이 브루다 커피가 들어오고 나서 아침과 점심에 줄이 엄청나게 길어진 걸 보고
인근 카페들이 좀 경각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있습니다.
갑자기 없던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곳도 있구요, 심지어 커피 가격을 내린 곳도 있지요.
뭐 소비자 입장에서는 괜찮은 맛의 커피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으니 좋은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