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용대리 황태마을의 맛있고 노란 황태구이 한상
우연히 들린 황태요리 맛집
인제 황태마을을 우연히 지나가게 된 날의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들렀는데 너무 맛있었던 맛집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인제 황태마을을 우연히 지나가게 된 날의 이야기입니다.
세 명이서 법인차이긴 하지만 좀 오래된 그랜저를 타고 업무차 강원도 고성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이날 따라 카카오 네비는 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동홍천 IC 에서 진부령으로 가는 길로 안내를 하더라구요. 애매하게 점심시간이 지나가던 즈음에 인제를 지나갈 때쯤이었는데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한 시 반 즈음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인 고성이 나타나긴 했지만.. 아무래도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길래, 가다가 길에서 아무 식당이나 나타나면 무조건 들어가자고 결정을 했죠.
그때쯤 갑자기 길가에서 황태 간판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황태덕장, 황태구이 정식이라는 문구가 더이상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들더군요. 바로 황태로 유명한 인제 용대리를 지나가고 있었던 거죠. 사실 당시엔 그냥 보여서 유명한가 보다 했지 정확히 그 곳이 어딘지도 몰랐었습니다. 용대리는 대부분의 주민이 황태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네요. 용대리가 지도에서 보면 꽤 넓습니다
일단 그냥 유명해 보이는 가게에 아무 데나 들어갔습니다. 황태마을이라는 덕장과 식당을 겸하는 집이었어요.
평일 낮이라 그런지 자리가 많더라구요.
황태마을식당
강원 인제군 북면 진부령로 307
https://naver.me/F0K8etm2
황태에 대하여
다 아시다시피 황태는 명태의 여러 이름 중 하나입니다.
잡은 그대로의 생태, 봄에 잡은 춘태, 얼린 동태, 말린 북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노르스름한 황태, 반건조한 코다리, 어린 새끼를 가르키는 노가리, 황태를 만들다 거무스레해진 먹태 등등 형태에 따라 이름이 많습니다.
특히 황태는 살이 노란색이라 노랑태라고도 합니다. 원래 명태를 잡으면 야외에서 말려서 북어를 만드는데 희한하게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인 명태는 밖에 널어서 말리면 바싹 마르는 게 아니라 살이 두툼하면서 노랗게 변하게 되었습니다. 밤에는 영하 20도 아래에서 내리는 눈을 맞기도 하고 먹기도 하면서 꽁꽁 얼다가, 낮에는 햇볕을 받아 살짝 녹으면서 새로운 맛의 북어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6·25 이후에 함경도 원산에서 살던 사람들이 강원도에서 이 황태를 다시 만들게 되었는데요. 원산의 날씨와 가장 비슷한 환경의 황태가 만들어지던 곳이 바로 이 강원도 인제군 북면의 용대리였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얇은 습자지 같은 테이블보가 놓여 있었는데요. 손님 한 팀이 빠지면 그냥 한 장을 삭 들어서 치우면 테이블 정리하기가 쉽죠. 마치 장례식장에서 보던 그런 장면인데.. 종이가 한 15장은 족히 깔린 걸 보니, 관광버스가 단체로 내릴 때는 꽤 많은 손님이 몰리는 듯했습니다.
일단 뭐 북엇국 말고는 황태 요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서울 촌놈이었기 때문에 메뉴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죠. 어떻게 시켜야 법인카드로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까.. 황태구이 정식 둘에 황태해장국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더덕구이 정식, 황태찜, 황태해장국, 산채비빔밥 등등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메뉴들이 많았지만..
다음에 개인적으로 다시 여행 오면 먹어 보기로 했어요
주문을 하고 나서야 그제야 슬슬 설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진부령의 차가운 청정바람이 부는 용대리는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과 일교차가 큰 조건을 만족합니다. 그래서 우수한 황태 생산이 가능하고 특히 용대리에서는 옅은 황금색을 띠면서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12월에 황태를 덕장에 널어서 계속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황태는 3~4월에 걷어서 다시 보관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3~4개월 정도 또 숙성되면 더 노란색을 띠고 맛도 깊어지죠. 제가 갔던 건 10월이었으니 아마 전 해에 보관하고 있던 황태였겠네요. 보통 20마리씩 관태한 황태는 3년까지도 숙성보관을 한다고 합니다.
황태의 효능
황태의 효능은 체내의 독소 제거에 탁월해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와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단백질 흡수를 돕는 달걀과 같이 먹으면 더 좋다고 하네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꽤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이 깔리니 기분이 벌써 좋군요. 마치 전라도에 가서 음식을 시키면 한 상 가득 나오는 반찬에 눈이 휘둥그레지듯 말이죠.
1인분만 시켰던 황태해장국입니다. 뭔가 뿌연 들기름 맛이 느껴지는 진득한 국물에 들어있는 노란 황태. 이건 그냥 해장각입니다. 한 숟갈 떠먹어 봤는데 정말 맛이 진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담번에 인제에 왔을때 이 집을 못찾아서 인터넷 보고 황태사랑이란 곳을 한 번 더 갔는데 거긴 이런 국물 맛이 안나더라구요. 대신 황태구이는 꽤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해장국인 이집이 와따에여
반찬들도 뭔가 깊은 산속의 깔끔한 기운을 담은 듯한 느낌입니다. 산나물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더덕구이 정식이 따로 있긴 한데 반찬으로 조금 나왔습니다. 그렇게 산에서 나는 더덕이 몸에 좋다고 하지요?
황태 껍질 튀각이나 튀김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그건 반찬으로 안 나와서 좀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황태 요리 중에 가장 인기 있는 황태구이가 화룡점정으로 상 가운데 놓이면서 한 상이 완성되었습니다.
황태구이 만드는 법은 뜨겁게 달군 돌판에 기름을 두르고 미리 잘 불린 황태를 굽는 건데요. 제일 중요한 양념! 고춧가루, 고추장, 설탕, 진간장, 청주, 마늘, 들기름 등을 넣은 양념을 양쪽으로 발라가며 맛있게 구워냅니다. 미리 하루 전에 발라서 재워놓기도 합니다.
크..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정말 그 포슬포슬한 생선 살의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우더군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맛을 표현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진짜 이 맛은 인제 용대리 마을에 가서 황태구이를 한 번 드셔보라는 말밖에는 못 할 것 같아요. 아마도 황태마을이 목적지가 되기보다는 또 지나가는 길에 들리게 되겠지만 다음번에 강원도를 가게 되면 꼭 진부령을 지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매년 2월 말 3월 초에는 황태 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씩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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