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맛집] 박가네 빈대떡의 눈떠지는 반반 육전
광장시장에서 만난 유통계의 샛별 빈대떡 가게
제가 광장시장을 정말 좋아합니다. 최근에 종로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느라 예전처럼 점심시간에 택시 타고 가서 먹고 올 사정은 못 되지만요. 그래도 저녁에 지인 약속이 있어서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광장시장을 한 번 찾았습니다. 이번엔 새로 뚫게 된 박가네 빈대떡 가게를 한번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광장시장 맛집은 정말 많습니다만 제가 이전에 가던 집들은 아랫글을 보시면 아실 수 있을거에요
[홍자매 맛집] 광장시장 삼모녀 떡볶이, 자매집 육회덮밥
사실 사람이 한 번 단골집이나 원조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생기게 되면 눈이 좀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근처에 수많은 맛집들이 있어도 굳이 새로운 루트를 뚫어볼 생각조차 안하게 되는 그런 거지요. 이번에는 추천을 받아서 가게 된 경우인데요 사실 그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박가네 빈대떡이라는 가게를 방문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왜 이리 넓어?
위치는 아마 순희네 빈대떡을 아시는 분이라면 바로 오른쪽에서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일행들이 먼저 들어가 있어서 저는 나중에 그냥 지도를 보고 찾아갔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은근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층수도 3층까지더라구요. 계단으로 힘들게 3층까지 올라갔는데 일행이 안보이길래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야 너 어디야?"
광장시장 전 골목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가게들이 따닥따닥 줄지어 서 있죠.
박가네 빈대떡은 바로 옆에 박가네 육회라고 써 있는 간판이 같이 붙어 있습니다. 육회도 하는 모양입니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 거기가 1호점이고 다른 골목에 있는 2호점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엥? 2호점이 있어?"
그리고 나오면서 둘러보니 그 전 골목이 시작되는 사거리에 3호점이 또 있고, 그 앞 노점도 4호점으로 하나 더 있더라구요.
뒤에 보이는 가게가 3호점이고 바로 앞 노점이 4호점이었습니다.
'뭔 빈대떡 가게가 이리 번창하셨데?'
살짝 가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된 포인트가 바로 매장 갯수였습니다. 사실 누가 뭐래도 광장시장의 빈대떡은 순희네 빈대떡이었거든요. 박가네에 들어가서 먹어보기 전까진 말입니다.
이 빈대떡집의 메인 메뉴는 불린 녹두를 맷돌에 직접 갈아서 사용한 녹두 빈대떡입니다.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서 튀기듯 부쳐내기 때문에 더 바삭한 맛을 내죠.
아무튼 노점에 보이는 광장시장의 메인 먹자 골목에서는 정말 언제 와도 씨알이 굵은 떡볶이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순대와 함께 전에 소주를 곁들이고 싶은 그런 날엔 꼭 찾게 되지요.
어찌 물어물어 나가서 왼쪽으로 빠지는 골목에 있는 박가네 빈대떡 2호점에 찾아 들어왔습니다.
5인이상 집합금지인 시절에 정말 스케줄 맞추기 힘든 네 명이 꾸역꾸역 모여서 지난 시절 회포를 풀게 된 귀한 시간이지요.
아마 언젠가 코로나 광풍이 휩쓸고 간 2020-21년도를 회상하는 시절이 오겠지만요.
진짜 궁금했던 메뉴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일반적인 전집의 메뉴보다는 좀 신선한 메뉴들이 보입니다. 육회 김밥은 그 놀라운 비쥬얼을 인터넷에서 많이 봐서 궁금했던 메뉴기도 했지만, 정작 그 맛이 진짜 궁금했던 건 박가네 삼합하고 반반 육전이었습니다.
메뉴판을 한 번 볼까요?
가장 기본 메뉴인 맷돌빈대떡, 해물 고기 빈대떡이 있습니다. 과거 4천원인 가격을 한참동안 안 올렸던 착한 기업으로 기사에도 많이 났었죠.
모듬전은 사실 골목식당에 나왔던 정릉에 있는 정가네 지짐이를 먹어봤기 때문에 안 시켜도 될 듯 합니다. 사실 전들은 그 안에 든 재료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지는 깔끔한 맛 이상 색다르긴 힘들더라구요. 기름 냄새 안 나게 잘 구우면 본전 이상은 하는 느낌.
육회사시미, 육회탕탕이, 육회비비밥에 간 천엽까지.. "어라? 이거 이러 자주가던 자매집에서 보던 메뉴들이 아닌가?"
아까 육회집 간판을 보긴 했는데.. 단순한 빈대떡집의 범위가 아닌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장사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순히 메뉴하나 늘리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실 겁니다. 이렇게 새로운 라인업이 다 갖춰졌다는 건 그냥 가게 하나를 더 차리는 정도의 공수가 들어가게 되거든요.
ps) 사실 마약김밥은 대부분의 광장시장 가게에서도 누구나 다루고 있는 아이템이긴 합니다.
가게의 역사
1966년부터 있었다니 새삼 가게의 히스토리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3대를 이어받았는데... 이정도로 키웠다는 건 아마도 3대 째 지금 역임하고 있는 사장님의 식견과 경영능력을 논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기사를 찾다보니 광장시장에서는 2002년에 좌판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커졌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다른 곳에서 광장시장으로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느낌으로 2대나 3대째의 자식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가업을 일으킨 빵집을 몇 번 썼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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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른 가게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육회 김밥을 먼저 시켜봤습니다.
저 계란과 와사비, 마요네즈, 고추가 있는 반찬 그릇이 같이 나오네요. 구천 원짜리 김밥이라 뭔가 가격은 좀 부담스럽긴 한데.. 맛은 뭐 육회 맛을 아는 분들이라면 크게 예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1차로 먹기에는 가격보다 양이 그렇게 차지 않는 육회가 메인으로써는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밥과 함께 나와서 그런 포만감은 해소되지 않나 싶습니다.
가장 위에 보이는 건 편육입니다. 갑자기 편육이 왜 등장했을까요?
바로 이 메뉴가 박가네 삼합입니다
아마도 삼합이라고 하면 전라도의 홍어삼합을 떠올리실 텐데요. 삶은 돼지고기(수육)에 홍어회, 김치와 함께 먹는 요리를 뜻합니다. 그리고 전남 장흥에 가면 쇠고기, 키조개, 표고버섯의 조합도 삼합으로 파는데요. 그건 개인적으로 굳이 찾아가서 먹어보긴 했는데 약간 실망한 메뉴이긴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서울삼합이라고 해서 쇠고기(육회), 돼지고기(구이), 김치 조합이 있다고도 합니다.(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곳 박가네 빈대떡의 박가네 삼합은 녹두빈대떡, 편육, 어리굴젓의 조합입니다.
먹는 순서는 녹두빈대떡을 가장 아래에 깔고 편육을 얹은 다음 가장 위에 어리굴젓을 올려서 먹는 삼합입니다.
이게 또 기가 막히더라구여^^ 강추
베스트는 반반육전
제가 그날 먹어본 메뉴 중에 사실 가장 맘에 들었던 건 바로 이 반반육전입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더라구요.
돼지고기로 만든 대패삼겹살 전이 반이고, 한우 홍두깨살로 만든 육전이 반입니다. 아마 시켰어도 설명을 안 해주면 뭔지 잘 몰랐을 수도 있는데, 시켜준 친구가 잘 알고 있더라구요. 반전은 한우보다 삼겹살이 더 맛있다는거 ㅋㅋㅋ
전 항상 돼지고기가 전 소고기보다 맛있더라구요.
유통계의 떠오르는 샛별
광장시장에서 아마 코스트코나 마켓컬리에 HMR(Home Meal Replacement / 가정식 대체식품)을 납품하고 있는 가게는 아마 없을 텐데요. 박가네 빈대떡에서 녹두빈대떡과 고기완자전을 이미 시판하고 있더라구요. 최근 홈쇼핑도 했고 여의도 현대 백화점에 2월 중으로 매장을 오픈한다고 합니다. 아마 1905년 조선 상인들이 처음으로 만들었던 ‘광장 시장’에서 이런 젊은 경영인으로 인한 변화는 10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시장의 전통상권들이 코로나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이 취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박가네 빈대떡 같은 기업처럼 오프에서 온라인으로 판매 루트를 빨리 더 뚫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골뱅이에 소면만 궁합이 아니라 육회가 더해진 메뉴. 기존 메뉴에 대한 숟가락을 얹은 새로운 해석? 도 참신합니다.
항상 궁금한 건데 마약김밥은 정말 왜 그렇게 재료가 몇 개 들은 게 없어도 그렇게 맛있을까요? 아마 광장시장의 시장상인들은 그 비법을 다 알고 계시지 않나 싶습니다.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분식으로 겨자 소스에 김밥을 찍어 먹는 그 맛이 언제나 질리지 않습니다.
어쨌든 9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작금의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늦게까지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싶던 그런 광장시장의 맛집인 박가네 빈대떡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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