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7. 8. 11. 10:00

[필름 카메라] 아직도 수동 필카를 쓰는 이유

[필름 카메라] 아직도 수동 필카를 쓰는 이유

수동카메라의 매력 정리

 

필카를 처음 쓰게 된 사람들의 많은 비슷한 경험인데..

우연히 필름카메라가 어느 날 장롱 속에서 출토되서 만져보게 된 경우가 가장 많다.

나 역시 대학교 3학년 어느 날.. 그러니까 2003년 가을.. 미놀타 하이메틱SD가 장롱 속에서 발굴되면서부터 였다.

 

 

누구나 집에 한 대씩은 있었을 만한 생김새의 국민 카메라.

어려서부터 집 안에 있던 유일한 필름카메라이자 내 모든 학창시절을 부모님이 담아주시던 필름 카메라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제 역할을 다 하고 장롱에서 고이 잠자고 있다가

대학생인 내 손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되었고.. 처음 사진이란 걸 찍기 시작했다.

 

필름을 사서 카메라에 끼우고 처음 셔터를 누를 때 어찌나 손이 떨리던지..

플래쉬가 튀어나오며 씌이이이이잉~ 하고 충전되던 소리는 아직도 귀에 선명하다.

캐논이나 니콘이 아닌 마이너들의 극강 자부심인 미놀타로 사진 생활을 시작하게 된 순간이다.

2003년 코니카 미놀타로 합병되면서 로고 디자인이 구려졌지만..

2005년 소니와 기술을 제휴하며 이젠 거부할 수 없는 주류의 DNA로 남아 있다. 

(이렇게라도 종종 라이카와 비슷한 렌즈를 만들던 미놀타 기술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다 )

 

 

카메라 장비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미놀타 인터넷 동호회인 로커클럽을  알게 되었고,

커뮤니티에서 나누는 서로의 소소한 이야기와 실시간 댓글에 흠뻑 빠졌었다.

장비와 사진에 대해 넓고 깊은 지식을 배워가며 초보 딱지를 벗어나던 시점..

지금은 게시판에 일 년에 몇 개 새 글이 올라올까 말까 한 홈페이지가 되었지만..

아직도 미놀타의 방대한 자료들에 대한 귀한 보관창고이자 역사로서 남아있다.

 

어쨌던 HI-matic SD를 손에 들고 캠퍼스를 신나게 돌아다니며 사진 생활을 즐기다가

어느 날 알바로 일하던 도서관 어디에선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두둥..

집안의 가족사를 담아왔던 소중한 카메라를 잃어버린 일이 얼마나 큰 추억의 손실인지를 알아챌 겨를도 없이, 

이내 내 관심은 LOMO LC-A로 넘어갔다. (2004년 봄)

당시 로모 유저들이라면 다 알만한 '그사람' 님의 사진을 동경하기도 했고..

지금은 다 필터로 쉽게 표현 가능한 비네팅이 드리워진, 당시에는 나름 힙한 사진을 만들어내던 그 조그마한 러시아산 카메라를

처음으로 내 용돈으로 산 그때가, 필름 카메라와 진정한 첫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번 빠지면 무한 루프로 돌게 되는 완치가 불가능한 장비병과, 지름신 강림의 시작이었다.

 

ps) 효리의 남자 이상순도 로모로 2000년도 부터 사진을 찍었군.. 역시 괜히 나오는 감성이 아니었어.

 

 

어쨌던 그 후로 언제 정확히 무슨 카메라를 샀다가 다시 팔았는지는 세세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적어보면

 

<그동안 한 번씩은 써봤던 기종>

1. SLR 카메라 (Single Lense Reflex / 일안 반사식)

Minolta X-370s / 570

MC 55mm 1.7 , MD24mm 2.8 , 135mm 2.8. mc rokkor pf 58mm 1.4
MD rokkor 50mm 1.4 / MD 28mm 2.8 /  MD 135mm 3.5 / MD 85mm 1.7 / 360PX

 

2. RF 카메라 (Rainge Finder / 레인지 파인더)

Minolta Hi-matic F / HI-matic 7sII(7s2) 40mm 1.7
Minolta CLE + M-rokkor 40mm, cs28mm
Konica Auto S3

 

3. Point & Shoot (P&S / 자동카메라 / 일명 똑딱이)

Nikon AF600 / Minolta TC-1 / Olympus mju 2 / Fuji Natura Classica White

 

4. 그 외

Argus / OLYMPUS PEN- EE3 / TAXONA / LOMO LC-A

 

<인스타그램의 시작이었을까? 35mm용 정방형 필름카메라 탁소나, 오른쪽은 주력기종인 Minolta X-570>

 

2005년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힘들게 공부하러 해외를 보내놨더니, 어렵게 이베이에 가입하고, 페이팔을 만들어서 환전까지 해서는 써칭을 시작하는데..

미국에서 사면 캐나다에서 배송받는 게 한국에서 받는것 보다 싸다고 좋아했더랬다.

내 첫 SLR인 X-370s에 입찰 들어가서 종료 한 시간 전까지 간을 보다가 막판 지름 신공으로 낙찰!

원하던 걸 힘들게 낙찰받아본 사람만 아는 기쁨이다.

배송될 때까지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란..

 

<X-570 + 58mm>

 

2017년

난 지금 해외를 다니며 DSLR로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PD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빛에 대한 기본적인 궁금증을 시작으로 자주 도지던 장비병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 같다.

그 시작은 2003년 대학 시절 집에서 출토된 필름카메라였고..

아직도 개인적으로 디지털카메라는 핸드폰 말고는 없다.

그 관심이 중형 카메라까지 안 뻗쳤던 걸 가정 경제 차원에서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

 

<X-570 + 24mm>

 

<아직 필름 카메라를 쓰는 이유>

 새로운 중고 카메라를 영입한 날...

지하철 역에서 직거래로 만나 카메라를 받아들고는 구석구석 의미 없는 생활기스까지 꼼꼼히 살피고

현금을 건네주고 잘 써달라는 인사와 함께 카메라를 구매한다.

돌아서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가져간 필름을 바로 끼워본다.

'틱' 뒷판을 열고... 조심스레 필름을 홈에 낀 다음 팽팽하게 필름을 당겨준다.

필름 레버를 '찌익~ 탁' 당기고

조심스레 셔터를 누르면 '철컥,' 

미러가 부딪히고 셔터막이 촤락 감기며 만들어 내는 진동이 손에 느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느낌이 오는 샷을 찾아 한참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한 곳에서 오래 기다리기도 하고..

시원한 뷰 파인더 속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이란..

결정적 순간을 발견하게 되면 이때다! 총 쏘는 것처럼 호흡을 멈추고 찰칵!

빛이 좋은 날은 좋은 대로,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빛을 담는 데 집중했다.

한 장 한 장 고민해서 구도를 잡고 찍는 과정과 순간의 희열을 즐겼다.

결과물이 잘 나올지는 그 다음 문제..

 

 

 

36방 필름을 다 찍어서 몇 통이 모이게 되면..

지하철을 타고 필름 스캔하러 충무로에 가서는, 딸 시집 보내는 마음으로 필름을 맡긴다.

2~3일을 기다려 다시 필름 스캔본을 파일로 받기까지의 그 기다림과 떨림

다시 찾아가서 사진 CD를 받아들고 집에 와서 확인할 때의 그 궁금함.

그때 그 느낌 제대로였던 그 사진은 잘 나왔을까?

 

결과는 항상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한 롤에서 맘에 드는 사진이 한 장이라도 나오면 다행이었다

사진 동호회 갤러리에 올리고 나서는 다른 이들의 평이 얼마나 궁금했던지..

게시글의 추천 숫자가 하나라도 올라가거나 대문 사진에라도 걸리는 날은 세상이 내 것 같았다.

 

그 오묘하고 따뜻한 필름 색감이 좋았고..

푸르다 못해 시퍼런 하늘을 보여주는 슬라이드 필름에서 거짓말 같은 사진을 몇 장 건지는 날은...

정말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고르고 고른 맘에 드는 사진 파일을 사진 인화 사이트에 주문해서

며칠 후 잊고 있었던 사진이 택배로 받는 날의 설레임..

지인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고, 여기저기 벽에 붙이기도 했다.

 

이 일련의 아날로그스러운 과정은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2003년의 가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아직도 한 롤을 찍으면 맘에 딱히 드는 사진이 몇 장 없기도 하다.

변화가 있다면 평소에 필름 사진을 잘 안 찍다 보니 2~3롤 모아서 스캔하는 텀도 길어지게 되었고..

바쁘다 보니 시내에 나가 스캔 맡길 여유가 없어 몇 개월씩 필름을 보관만 하기도 한다는 게 달라진 점이랄까?

 

<인물 피부톤 표현이 좋은&nbsp;POTRA 400>

 

필름을 아껴서 한 장이라도 더 찍기 위해 최소한의 필름만 빛에 노출하며 끼우는 노하우도 익혔다.

홈에 걸려서 딸려오는 느낌만 났다 하면 뚜껑을 닫고 장전 일발!

 

 

흑백 필름의 깊은 매력도 알게 되었고, 필름마다 특성과 색감을 알게 되면서

돈이라도 좀 생기면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어서 한 장 한 장 마운트된 필름을 햇빛에 비춰보며 신나기도 했었다.

지금이야 뭐 어플에서 필터만 바꿔서 적용하면 될 일을 그 때는 각기 다른 종류의 필름을 종로 삼성사까지 가서 샀었다.

이젠 필름 가격도 많이 오르고 단종된 필름들도 많아 아쉽다.

 

구닥(Gudak)이라는 필름 카메라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필름 사진의 색감과 기다림의 느린 감성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의 핵심을 잘 구현해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종로 작은풍경>

 

이제는 나이먹은 수동 카메라다 보니 가끔 작동이 안 되거나 핀이 안 맞거나.. 전체적으로 오버홀 받을 일이 생기는데..

지금은 세운 스퀘어로 옮진지 좀 됐지만,  종로의 중고 카메라 골목인 예지동을 뻔질나게 다닐 때가 있었다.

'보고사'나 '작은 풍경' 같은 중고 카메라 수리점의 카메라 장인분들에게 수리 맡기고, 나도 같이 며칠을 끙끙 앓았다.

이젠 사장님들과 친분도 있어서 일 년에 한두 번 찾아 인사도 드리곤 한다.

 

<카메라 샵의 수리 대기 중인 카메라들>

 

 

Minolta Hi-matic 7sII

아마 이 카메라를 아는 사람들은 이 사진이 얼마나 레어템인지 알 거다.

블랙바디에.. 정품 후드라니..

실버 색으로 보통은 10만원 중반에 거래되는데.. 이정도 셋트면 25만 30만 원에 판매글을 올려도 줄을 설 정도였다.

 

오른쪽 카메라의 그립은 라이카 R용 핸드그립 이지만 X-300 시리즈에도 맞는다는 걸 알고

겨우겨우 남대문 상가를 뒤져 힘들게 구했던 순간에 얼마나 기쁘던지..

저 아티산 아티스트 카메라 가방을 가죽과 천 재질로 하나씩 지른 게 내 인생 최고의 사치였다. (그래 봐야 20~30만원)

[수동카메라] 미놀타 하이매틱 시리즈의 결정체 Minolta Hi-Matic 7sII

 

[수동카메라] 미놀타 하이매틱 시리즈의 결정체 Minolta Hi-Matic 7sII

[수동카메라] 미놀타 하이매틱 시리즈의 결정체 Minolta Hi-Matic 7sII 미놀타를 안다면 당신은 이미 인싸 7sII는 1977년도에 발매된 하이매틱 시리즈 중 마지막 모델이자 최강의 모델이다. 오늘은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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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mm, 50mm, 135mm 렌즈

바라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 같은 오묘한 코팅의 단렌즈.

단렌즈 3종세트가 완성되면.. 용이되어 하늘을 날아간다고 했지..

역시 렌즈는 단렌즈요 줌은 발줌이랬다.

 

 

PL, CPL, UV, ND 필터의 다양한 종류와 파이(구경) 사이에서 얼마나 씨름을 했던가..

업링은 또 뭐고 크로스 필터는 또 뭐여...

인스타그램의 필터가 원래 그 필터가 아니란 말이지..

 

렌즈의 완성은 후드라고 했던가..

지금은 저 구멍 난 라이카 정품 후드 비슷한 모델들이 싸게 생산되지만

당시에는 어떻게든 본인의 RF카메라에 선물하려 직접 철공소에 가서 제작하던 사람들도 있었었다.


 

 

카메라에 오른쪽 눈을 뷰파인더에 대고 왼쪽 눈을 살짝 떴을 때..

58mm가 가장 렌즈의 왜곡 없이 사람의 눈으로 보는대로 찍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58mm만 쓰던 시절이 있었다.

저것도 엄청 구하기 힘든 미놀타 소문자 로고가 새겨진 정품 철제 후드.

하나 걱정인 건.. 이런 중고카메라들의 악세사리들이 언젠간 파손되거나 분실되어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잊힐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7s2와 막상막하인 Konica Auto S3

 

 

진득한 색감을 보여주던 코니카의 명기 AUTO S3

오른쪽은 이베이에서 구입했던 가죽 필름통 악세사리

 

 

 

니콘의 AF600도 가난한 자의 TC-1이라 불릴만큼 쨍한 사진을 보여줘서 한동안 잘 썼는데,

간이 파노라마 기능에 영화 프레임의 느낌을 대리 만족하곤 했다.

야시카가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면 AF600은 가난한 자의 TC-1 이라 했지..

블랙으로도 몇번 쓰고 요 색깔이 이뻐서 한 번 들인적이 있다. 후..

 

저 나츄라 클래시카는 블랙이 흔한데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해서 화이트로 샀다가...

너무 손 잡는 부분에 거뭇거뭇 때가가 잘 타서.. 때 더 타기 전에 팔아버렸다.

Natura 전용으로 나온 감도 1600짜리 필름을 넣으면 플래쉬 없이도 고운 입자의 사진이 매력적이었다.

 

 

간혹 사진 커뮤니티에서 알루미늄 핸드그립을 공제(공동제작)하는 일도 많았었다.

 

 

영원히 쓸 줄 알았던 Minolta CLE + 콘탁스 G1용 스트로보 TLA140

왜 팔아버리게 되었는지 씁쓸한 마음을 글로 남겼었다.

 

 

P&S 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최강이었던 담뱃갑 크기의 Minolta TC-1

아직도 널 이길 자는 없단다.

 

최고의 필름 똑딱이 카메라 MINOLTA TC-1

 

최고의 필름 똑딱이 카메라 MINOLTA TC-1

G-ROKKOR 28mm의 렌즈를 가진 F3.5 TC-1 일본의 한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는 무인도에 단 하나의 카메라를 가져가야 한다면 이 카메라를 들고 가겠다고 했었죠. TC-1, 티씨원, The Camera No.1, 일명 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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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을 사고 다시 두 번을 팔고, 남대문에서 165,000원짜리 회로를 두 번이나 갈면서 아끼던 너였지만..

언젠가 널 다시 들일 날이 있을 거야.. 그것도 Limited Black Edition으로..

물론 라이카 M3로 먼저 갈아타게 될 행운이 올 수도 있겠지..

 

 

홍대 가죽공방을 찾아 만들던 속사 케이스.

지금은 카메라 케이스의 장인을 알게 되었다. 성북동의 JnK라고..

 

가끔 영화에서 보면 '퍽' 하고 터지는 플래쉬의 클래식 카메라가 사고 싶어 영입했던 ARGUS.

이베이에서 소포를 뜯던 날, 난 정말 벽돌이 들어있는 줄 알았지. 그 크기와 무게의 충격이란..

그래서 결국 큰 대리만족한 솔루션은 레고 카메라

 

4차 산업 혁명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도

아직도 한 컷 한 컷 정성스럽게 구도를 잡고 찍는, 그 느린 기다림의 과정을 사랑한다.

나의 영원한 우상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남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으로,

여전히 클래식한 수동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소감을 짧게나마 대신해 본다.

 

『대상과 빛,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 셔터를 누른다』 _Henri Cartier Br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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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 /  Henri Cartier Bresson, Tne Decisive Moment

- [초보] 어떤 카메라를 사야되는지 추천 좀 해주세요

- 주머니 속의 귀여운 똑딱이 필름카메라 NIKON AF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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