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촬영지] 조선 최초의 왕비, 최초의 왕릉 정릉
조선의 첫 번째 퍼스트레이디 신덕왕후가 안장된 정릉
오늘은 정릉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릉과 인연을 맺게 된 지 오래되었는데, 그래도 동네 이름의 유래는 한 번 알아야 되지 않을까 해서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정릉에 관련된 영화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건축학개론이죠.
서연은 건축학개론 수업시간에 자기 집을 지도에 표시하다가 교수님의 질문을 받습니다.
자기는 집이 정릉이야?
정릉이 누구 능이야?
정조? 정종? 정약용?
당시에는 지금은 없는 미아 신세계백화점도 있었네요.
아직도 정릉시장과 숭덕초등학교는 그대로입니다.
영화에서 승민과 서연이 사는 집은 스티커의 위치대로라면 정릉2동 청수장 들어가는 초입과
맞은편 현재의 중앙하이츠가 있는 위치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이신설선이 있어서 정말 편하게 다니지만, 당시에는 버스만 있었죠.
그 당시 170번(지금은 153번)이었던 버스를 타고 정릉과 연대가 있는 신촌을 통학을 했겠죠?
다음 주까지 숙제가 있습니다. 리포트 응?
지금 자기가 사는 동네를 여행을 해보는 거야. 평소에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골목들, 길들, 건물들
이런 걸 자세히 관찰을 하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보세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게 바로 건축학 개론의 시작입니다. 알았어?
[참고로 건축학개론 로케이션에 대한 정보]
실제로 영화의 배경은 연세대학교가 아닌 경희대학교 문과/이과대학 건물이었습니다.
승민 이제훈의 어머니가 순댓국을 파시던 골목은 강북구 수유동 장미원 시장골목. 삼양로 123길
납득이 조정석과 주로 정릉 독서실 앞에서 이야기하던 곳은 창신동 종로종합 사회복지관
정릉의 한 빈 한옥집으로 나왔던 곳은 서촌 누하동 103번지
수지가 반지하방으로 이사간 영화 속 압구정동은 실제로 청담동 청담공원 옆. 청담동 66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BGM으로 나오는 건물 옥상은 서울 개포동 가락 현대아파트 1차 옥상입니다.
기찻길은 양평 구둔역, 버스정류장 키스 장면은 석우2리 버스정류장
제주도 서연의 집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죠. 위미해안로 86
그리고 정릉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숙제하는 승민
당시 영화 배경으로 나왔던 정릉은 이제 우이신설선도 생기고 강북횡단선도 계획중에 있습니다 (뚫려라 제발)
정말 많이 발전했죠.
아무튼 오늘의 주제는 건축학 개론이 아니라 영화에 나왔던 조선의 왕릉 정릉입니다.
정릉(貞陵)은 누구의 능일까요?
정릉은 태조비 신덕황후의 무덤입니다.
정릉은 조선을 건국한 1대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왕비 신덕왕후 강씨의 능입니다.
두번째 왕비, 계비라고도 하죠. 신의왕후 한씨와 먼저 결혼을 했지만 조선 개국 전에 사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조선의 첫 번째 퍼스트레이디가 바로 신덕왕후 강씨가 됩니다.
이성계와 신덕고황후가 만난 러브스토리는 꽤 유명하죠.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의 어느 날,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다가 목이 매우 말라 우물을 찾았습니다.
마침 우물가에 있던 아리따운 마을 처자에게 물을 청했는데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주었다고 합니다.
이유를 묻자 “갈증이 심하여 급히 물을 마시다 체하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그리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결혼을 했다고 하죠.
지금에서야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현실적으로 상상해보자면..
여자는 멀리서 딱 봐도 벼슬이라 물에 버들잎을 떠서 준거고..
남자는 그 여자가 매우 이뻤기 때문에 반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
1396년(태조 5)에 신덕고황후 강씨가 세상을 떠나고 정동 현 영국대사관 근처에 정릉을 조성했습니다.
참고로 원래 중구의 정동이 정릉이 있어서 생긴 이름이에요. 성북구 정릉도 말할 것도 없구요.
나중에 태조 자신이 묻힐 자리까지 함께 조성했었죠. 바로 조선 최초의 왕릉인 셈입니다.
그러다 태종 이방원에 의해 당시에는 시골인 도성 밖인 현재 성북구 북한산 자락으로 이장되었습니다(1409년)
도성 안에 너무 큰 무덤이 있다는 오피셜한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은 태조 이성계가 신덕왕후의 여덟째 왕자인 방석(芳碩)을 세자로 정한 것에 대해서 태종이 맘에 안 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나중에 왕자의 난 때 방석을 죽이게 되죠.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고 태조가 세상을 떠나자 왕후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태종에 의해 신덕왕후는 후궁으로 강등되었고, 능은 묘로 격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약 200년 후 1669년(현종 10) 송시열의 상소에 의해 이렇게 대접받아서는 안 된다!
신덕왕후는 왕비로 다시 복위되고 무덤도 왕후의 능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조선 왕 순서를 산토끼 노래에 맞춰 불러볼까요?
태정태세 문단세 / 예성연중 인명선 / 광인효현 숙경영 / 정순헌철 고순(종)
굵은 글씨는 조, 나머지는 종 / 조와 종의 차이
정릉은 입구에서부터 쭉 들어가면 ㄱ자로 생겼습니다.
이곳이 입구 쪽입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건축학 개론의 사진 씬을 찍었습니다. 수지 어딨니?
왼쪽에 살짝 보이는 금천교는 우리나라 자연형 석교의 대표적 조형물 입니다.
종합 안내도가 보이네요. 한 번 가까이 가볼까요
경처(京妻)라고 하면 서울에 있는 부인을 말합니다. 당시에 현지처 개념인 향처(鄕妻)도 존재했죠
둘째 부인이긴 하지만 재력이 있는 중앙귀족 집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자식들도 적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릉은 조선시대 능 중에서 가장 오래된 석물인 동시에 예술적 가치도 높아서 1970년 5월 26일 사적 제20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죠. 2012년부터 복원해서 2015년 오픈하게 됩니다
참고로 정릉에서 북악터널 쪽으로 가는 도로 좌측에 신덕왕후의 명복을 비는 원찰 흥천사(興天寺)가 있습니다.
원찰이란 창건주가 자신의 소원을 빌거나 사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우는 사찰을 말합니다.
필름 카메라로 찍으면 글씨가 잘 나오나?
나무를 찍었는데
아 숨고 싶다
갑자기 개미 타령하다가 떡 걸린 승민
"저 알져?"
그럼 알지 모르겠니..
miss A 수지 아닙니까 ㅎㅎ
서울에 이렇게 넓고 공기 좋은 능이 참 많은데요
서울 안에는 몇 개의 왕릉이 있는지 혹시 아시나요?
연산군 묘를 제외하고 총 8기가 있습니다.
정릉 (貞陵) - 성북구 정릉동 - 신덕황후
의릉 (懿陵) - 성북구 석관동 - 경종, 선의왕후 어씨
태릉 (泰陵) - 노원구 공릉동 - 중종의 두번째 계비 문정왕후 윤씨
강릉 (岡陵) - 노원구 공릉동 - 명종, 인순왕후 심씨
헌릉 (獻陵) - 서초구 내곡동 - 태종, 원경왕후 민씨
인릉 (仁陵) - 서초구 내곡동 - 순조, 순원왕후 김씨
선릉 (宣陵) - 강남구 삼성동 - 성종, 정현왕후 윤씨
정릉 (靖陵) - 강남구 삼성동 - 중종
* 연산군묘 - 도봉구 방학동
원래 능은 서울 사대문 밖에 위치하고 100리를 벗어나지 않는 곳에 생겼습니다.
지금 보이는 성관, 공릉, 내곡, 삼성동이 다 예전에는 그런 위치였던 거죠.
참조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은 구리에 있고, 고종과 명성황후 민씨의 홍릉은 남양주에 있습니다.
희안한게 나이가 드니까 역사에 관심이 더 많아지네요 ㅎㅎㅎ
저는 안 그럴 줄 알았지만 ;;
정릉은 조선의 왕릉 중에서도 유난히 작고 초라한 편입니다. 난간석과 병풍석이 없죠.
태종은 홍수가 나서 청계천의 광통교가 무너지자 정릉에 있는 돌을 가져다 다리 보수에 쓰라고 했습니다.
청계천 광통교 밑을 지나가다 보면 광통교 돌다리나 벽돌에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정동에 있던 시절의 정릉에 있던 석물들이 거꾸로 뒤집어진 채 끼워져 있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릉 석물들이 이방원에 의해 광통교 밑 물속에 잠겨 사람 손이 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보전이 되었다는 거죠.
3월이었는데 겨울에는 나무들이 앙상해 보이네요
제기를 놓는 법이 사진으로 나와 있습니다.
처마는 보수공사를 깔끔하게 했네요
아이들이 뛰어지는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수라간은 왕릉에 제향을 지낼 때 쓸 제사음식을 간단히 데우는 등의 준비를 하는 곳입니다.
여기가 영화에 나온 누하동의 빈집입니다. 첫눈이 오면 다시 만나자
정릉에서 우연히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그리고 첫 자가 아파트까지 가지게 된 것도 질긴 인연인데
정릉 주민으로 한 번 정릉에 대한 글을 써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축학개론 기억의 습작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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