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 나를 띄우다_로마
▶Episode 14 of 14◀
서부 지중해 크루즈 마지막 기항지 로마(Rome)에 도착했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는 말에 바닷길도 포함하는 걸로..
크루즈가 정박한 시비타베키아(Civitavechia) 항에서 로마까지는 기차로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크루즈를 놓치면 안되기에 돌아오는 기차편 시간까지 확인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뭐 여권과 카드만 있다면 배를 놓치는 경험도 최악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만 하면서..
기차에서 내내 고민이 많았다. 저녁에 다시 돌아와야할 이 일정에 과연 바티칸을 볼것이냐 말것이냐..
그리곤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렸다. 항상 그랬듯이..
한 곳이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러보자..여행은 아쉬운게 남아야 하니까..
Roma Termini 로마역에 도착했다.
배낭여행자들의 로마 여행의 시작지라 해도 무방할 만큼 유명한 기차역 테르미니.
전유럽으로 통하는 역인 만큼 플랫폼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역 바로 앞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조차 wifi가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로마에 대한 첫인상
뭐랄까 로마는 사실 나에게 그렇게 기대되는 도시는 아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나 할까? 그동안 너무 많은 루트를 통해 로마를 봐왔고 들어왔다. 마치 다섯살 때부터 보던 만화속 배경 정도의 친숙함이라고나 할까?
트레비 분수, 판테온, 피사의 사탑, 에펠탑, 개선문,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등..
왠지 안가봐도 가본것 같고...차라리 피렌체나 친퀘테레 이런 곳이 더 혹하게 하는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약간은 오만한 예상이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 쓸데없는 상상은 로마 시내의 사방으로 쭉쭉 뻗은 대로를 걷는 순간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경험하지 않은 지식은 그 일부분을 아는것이 아니라 아예 모르는 것이다.
왜 아우라 라는 단어가 있지 않은가.. 로마는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있다.
유럽의 작은 중소도시에서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고 소박한 느낌을 받았다면,
로마에서는 일단 가슴이 탁 트이면서 공기 가운데 문화 자체를 호흡한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
굳이 벽으로 둘러싸인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아도 이미 본 듯한..
11월 초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무작정 로마 시내를 걸었다.
대중교통도 있지만 발바닥으로 느껴오는 그 돌바닥의 촉감이 너무 좋았다.
도시 지도를 손에 들지 않아도, 저 멀리 1km 쯤 떨어진 곳에 보이는 눈에 익은 관광지가 대로 끝에 크게 보이고..
군데군데 길가에 있는 지도나 이정표에서 이름만 확인하면 된다.
옆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는 그냥...동네 주민....
나도 모르게 셔터에 왜 손이 올라가던지..
밀라노에서도 그랬었지 참..
Veni, Vidi, Vici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카이사르가 했던 그 말이 문득 떠올랐다.
수천년 동안 로마의 문화가 유럽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영향을 끼친 그 힘이..
하루 잠깐 스쳐가는 이방인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콜로세움 앞에서 웨딩사진을 촬영하던 한 커플.
이탈리아 남자의 전형적인 유쾌함은 온데간데 없고.. 카메라 앞에 긴장된 미소의 역력함이 날 미소짓게 했다.
콜로세움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가려는 줄이 꽤 길었다. 줄이 이미 경기장의 반바퀴 이상 돌았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려고 통역기를 유료로 빌리는 창구로 바로 들어갔다.
5만 명의 함성이 들리던 로마 최대의 투기장 콜로세움.
네로에 의해 AD72년에 세워져 300년간 피비린내 나는 사투가 이어져 오다가, 현재는 지진과 산성비의 영향으로 벽이 반으로 쪼개진 채 관광지로 남아있다.
팔라티노 언덕
로마 탄생의 기원이라고 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이 언덕에서 늑대에게 길러졌다고 하나..
박혁거세가 알에서 탄생했다고 한것 만큼...믿을 수 없다..
로마 황제의 궁전과 귀족들의 거주지가 있던 곳..
언덕을 오르다 보면 콜로세움, 개선문이 보이는데 이 언덕에서 포로 로마노까지 죽 이어진다.
포로 로마노
Foro Romano 포로 로마노는 현재 돌무더기 잔해만 가득한 지역으로 남아 있는데, 한 때 로마의 정치, 경제활동이 활발했던 거리다.
로마인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어도 돌무더기 땡볕의 현실에선 그런 이야기조차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지중해의 오후 햇살은 과히 살인적이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만난 잭슨파이브를 닮은 형제
군밤은 이탈리아에서도 잘 팔리고 있었다.
한 초등학생 무리가 소풍을 나온 듯 지나간다.
이탈리아 피자
이탈리아 하면 피자.. 특히 나폴리가 피자로 유명하다.
피자의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있지만 그리스, 로마시대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제국을 건설했던 로마인들이 식민지에 그걸 다시 퍼뜨렸고 1900년대 초에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의 상업화된 피자로 퍼지게 되었다고 하다.
난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피자 중에선 마르게리따가 제일 맛있다.
트레비 분수
Fontana di Trevi
동전을 세번씩이나 던져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트레비 분수.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동전이 쏟아질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세번째 동정과 함께 소원을 빌고 있었다.
스페인 광장
Piazza di Spagna 스페인 광장 근처에 스페인 대사관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저녁 무렵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계단에 누워 한잠 자고 싶었지만 곧 테르미니 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비록 젤라또를 먹고 있는 오드리 햅번은 다시 찾을 수 없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수많은 연인들이 편하게 햇살을 즐기고 있는 공간..
이번 로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이기도 하다.
명작으로 남는 영화 한 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불러오게 하는지.. 부러움도 느껴진다.
여행에서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 정말 사진만 남는다면 왜 여행을 떠나겠는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햇살과 공기의 냄새, 당시 벅차올랐던 감정의 실타래를, 마치 그 자리에 있듯 다시금 생생하게 느껴지게 하는 실마리가 바로 같이 동행한 사람이 담긴 바로 이 사진 한 장이 아닐까 한다.
Rome, Italy / 2010.11
Natura Classica, Konica Auto S3 / kodak E100vs
PS) 열 네 편에 걸친 지중해 크루즈 이야기 연재를 이제서야 마칩니다.
1편의 프롤로그에서 썼던 것처럼 크루즈 보다는 기항지 위주로 남겼습니다.
물론 크루즈 홀릭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지역에서 다시 우렁찬 뱃고동 출항 신호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중해 동부 크루즈 Costa Fortuna (2009)
[지중해 크루즈] 지중해에 나를 띄우다_베니스 / 크루즈 선택
지중해 서부 크루즈 MSC Splendida (2010)